법원 출석한 김재철 “MBC 장악해선 안될 회사…그게 내 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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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전 MBC 사장. 우상조 기자

김재철 전 MBC 사장. 우상조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 등의 공작에 역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강부영영장전담판사 심리로 김 전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이에 앞서 출석한 김 전 사장은 “전영배 전 보도본부장으로부터 국정원 문건이나 요구사항 등을 전달받았나”는 취재진 질문에 “죽을 만큼 힘들어도 할 말, 할 일을 해야 하는 게 용기라고 생각한다. MBC는 장악될 수가 없는 회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MBC는 장악해서도 안 되는 회사”라며 “이것이 경영진으로서 일했던 나의 소신이다.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 뒤 법정으로 이동했다.

김 전 사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나 10일 오전에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지난 7일 김 전 사장을 국정원법 위반,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저업 위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문건을 전달 받고, ‘PD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 교체 및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의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전 사장은 MBC 직원 겸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당한 교육 명령을 내리는 등 노조운영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이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하는 해당 문건은 지난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에서 2010년 3월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김 전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공영방송 잔재청산·고강도 인적 쇄신·편파 프로그램 퇴출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 체질개선을 추진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MBC 사장을 지낸 김 전 사장이 국정원 관계자와 공모, 관련 문건을 전달받은 후 제시된 로드맵을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관련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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