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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蘇 봉쇄’ 2017년 '트럼프 독트린'vs 47년 트루먼 독트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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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에서 밝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특히 이 구상은 육상·해상 방면 서진(西進)정책인 일대일로 전략의 바닷길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訪中 전 인도ㆍ태평양 구상 띄워 # 인도양~태평양서 중국세 확장 차단 초점 # # 70년전 소련 봉쇄 겨냥한 트루먼 독트린 # 유럽ㆍ亞ㆍ태평양에 다자안보기구 창설 # 中 봉쇄 위한 다자안보동맹 출현 가능성 # 文 “한ㆍ미ㆍ일 군사 동맹 없다” 선그어 #트럼프 "한·미동맹 인도·태평양 핵심축" #한·중 갈등 새 불씨 안은 '뜨거운 감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 경제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 경제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東京)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태평양 구상에서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보다는 좀 더 확실하게 중국을 해상에서 포위하는 전략 개념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발표된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에도 인도·태평양 개념을 적용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역할과 인도·태평양 구상을 결합시킨 것이다.

일대일로

일대일로

미국은 국제정치의 질서 전환기 때마다 대통령들이 나서 독트린을 발표했다. 정세 변화의 전조가 꿈틀거릴 때 선제적으로 외교안보 전략의 방향을 담은 독트린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를 주도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결 직전인 1945년 7월 26일 독일의 전후 처리 협상을 위해 미국 · 영국 · 소련의 수뇌부가 독일 포츠담에 모였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윈스턴 처칠(왼쪽)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진 중앙포토]

제2차 세계 대전 종결 직전인 1945년 7월 26일 독일의 전후 처리 협상을 위해 미국 · 영국 · 소련의 수뇌부가 독일 포츠담에 모였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윈스턴 처칠(왼쪽)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진 중앙포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 사이의 이념 간극이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해지자 미국은 냉전 체제를 준비했다. 1947년 3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공산 세력의 팽창을 차단하는 봉쇄전략을 골자로 하는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열전에서 냉전으로 전환하는 서막이었다.

트루먼 독트린의 실체는 경제와 군사 양 날개로 구체화됐다. 47년 1월 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 플랜이 실행됐고 유럽 자유주의·시장경제 체제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밝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도 독트린에 준하는 안보전략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11월 호주 의회 연설에서 “21세기 아시아·태평양에 항상 미국이 포함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본격화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모습. [사진 바이두 제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모습. [사진 바이두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로 미국의 라이벌로 급부상하는 중국 견제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미 정부가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 지역이 중국의 뒷마당이나 동아시아 호랑이 경제권(한국·홍콩·대만·싱가포르)을 훨씬 넘어서는 지역이라는 생각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호주와 인도와 연대해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대중국 포위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美 봉쇄정책의 근간은 다자안보기구

실제 미·일·인도 3국은 지난 7월 인도 근해에서 군사 훈련을 했고 지난 10월엔 벵골만에서 3국 간 합동 훈련을 하면서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 중이다.

미국의 봉쇄정책의 근간에는 다자안보기구가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인도·태평양 구상의 저변에 깔린 아시아·호주판 나토 출현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안보전문가 그룹에선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판 나토,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 배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냉전 초기 유럽부터 중동·아시아·태평양에 걸쳐 다자안보기구를 발족시켰다.

54년 인도차이나반도의 공산화 우려가 커지자 필리핀·태국·파키스탄과 호주·뉴질랜드·미국·영국·프랑스 8개국이 참여하는 SEATO(남동아시아조약기구)를 창설했다.

 1966년 8월 헤서스 바르가스(가운데) 남동아시아조약기구(SEATO)사무총장이 존 힐런드 미7함대 부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1966년 8월 헤서스 바르가스(가운데) 남동아시아조약기구(SEATO)사무총장이 존 힐런드 미7함대 부사령관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은 SEATO를 49년 출범한 나토,55년 창설되는 중동조약기구(이라크·터키·이란·파키스탄·영국 가입, 미국 옵저버로 참여)와 연결해 대서양~중동~태평양에 이르는 대(對)공산주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중동조약기구는 이란 혁명 이후 회원국 사이에 정치·군사적 충돌이 일어 제대로 기능을 못했고 남동아시아조약기구는 회원국간 군사·경제적 격차가 커 군사 기구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치·경제적 공동체 성격으로 운영되다 77년 해체됐다.

중동조약기구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바이두 제공]

중동조약기구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바이두 제공]

따라서 앞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되면 다자안보기구 재구성 문제도 핵심 이슈로 재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면서 한국 정부로부터 ①추가로 사드를 배치할 계획이 없고②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편입하지 않으며③한·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받아냈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 간 협상 때마다 중국은 집요하게 한·미·일 군사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해선 안 된다고 직·간접적으로 압박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일 싱가포르채널뉴스아시아(CNA)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 간 공조가 더욱더 긴밀해져야 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미·일 협력은 북핵 대응용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美 인도·태평양 vs 中 일대일로 각축

이와 관련 일각에선 중국이 이런 미국의 전략 변화 기류에 대응하기 위해 일대일로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구사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등 갈등 요인을 서둘러 봉합하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대일로는 중국 당국이 “유라시아판 마셜 플랜”이라고 포장하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주력 대외정책이다.

도로·철로·항만·공항 등 대규모 인프라를 지렛대로 삼아 유라시아 대륙·동남아·인도양·아프리카 지역에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 주변국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일대일로 규모는 마셜 플랜의 100배가 넘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일대일로는 19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공산당 당헌에 들어갔다. 최소한 향후 5년간 이 정책에 당과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렇게 일대일로 전략에 정치·안보적 복선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둘러싸고 한·미 동맹 균열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드 사태 이후 새롭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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