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가문 3세, 전기스쿠터 들고 한국 온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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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자신의 이름을 딴 ‘이소 모토… ’에 기댄 채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자신의 이름을 딴 ‘이소 모토… ’에 기댄 채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탈리아 모터레이서 출신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25). 그는 한국에서 ‘수퍼카’로 알려진 람보르기니가(家) 3세다. 창업자이자 할아버지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1세(1916~93)가 오일 쇼크가 몰아닥친 74년 스포츠카 사업을 매각한 뒤 그의 집안은 액세서리(토니노 람보르기니)·전기차(타운 라이프) 사업에 전념해왔다.

모터레이서 출신 페루치오 #부상으로 레이스 접고 사업 몰두 #“두 바퀴로 움직이는 모든 건 첫사랑” #자신 이름 딴 전기스쿠터 첫선

토니노 람보르기니 부사장이자 타운 라이프의 CEO인 그는 최근 ‘가문의 재도약’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용산구 유로스쿠터 매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 시장을 교두보 삼아 아시아의 전기스쿠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말 그가 CEO로 오른 타운 라이프는 동명(同名) 전기경차인 ‘타운 라이프’, 전기스쿠터인 ‘이소 모토’ 등이 주력 사업이다. 페루치오는 “이탈리아에선 자동차세 인상 등의 요인으로 전기차의 인기가 꺾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전기차에 관심이 많고,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에서 사업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에서 국내 전기차 개발회사인 GPCC코리아와 손을 잡은 페루치오가 내달 한국에서 첫 출시하는 전기스쿠터 모델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이소 모토 페루치오 람보르기니 에디션’이다. 최고 시속 80㎞로, 3시간30분 충전으로 65㎞를 달린다.

가격은 400만원대로 일반 스쿠터(약 200만원대·125cc 기준)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전기 충전(220v)으로만 움직여 유지비가 훨씬 저렴하다. 페루치오는 “배터리가 탈부착형이라 쓰기 편하다. 또 배터리 가격도 다양화시켜 구매자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 스쿠터는 급정거시 몸이 앞으로 쏠리지만 이소 모토 스쿠터는 포크(오토바이 지지대)가 없고 그 대신 로우스윙암(충격 흡수 스프링)이 장착돼 있다. 그래서 급정거시 몸이 아래로 깔려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며 ‘한국 첫 모델’의 특징을 설명했다.

GPCC코리아 지분 참여, 브랜드 사용권 이관 등으로 경영권을 넓히는 그는 이 회사의 CBO(최고 브랜드 책임자)도 겸직하게 된다. 페루치오는 “한국 최고의 전기차 등판(登坂) 능력, 다양한 라인업이 GPCC코리아의 최대 장점이다. 이 회사의 노하우를 대폭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루치오가 스쿠터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12년 모터 2리그(모터레이싱 리그) 이탈리아 챔피언인 그는 “두 바퀴로 움직이는 모든 차량은 모터레이서 출신인 내게 ‘첫사랑’”이라며 “이탈리아 현지에서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타운 라이프를 매각하려던 아버지를 설득해 내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볼로냐대에서 경제학,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었어요. 학업과 병행하던 모터레이싱 대회에 참가했다가 쇄골 부상을 입고 선수 생활을 관두게 되었지요. 발렌티노 로시(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모터레이서)처럼 되긴 어차피 어려울 거란 생각에 학업과 모터레이서 활동을 그만두고 사업에 집중하게 됐답니다.”

한국 음식 중 갈비를 즐겨 먹는다는 그는 “한국 젊은이들은 세련된 자동차 디자인을 중시하면서도 친환경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우리 스쿠터가 ‘대박’치길 바란다”면서 ‘대박’을 한국어로 또렷하게 발음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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