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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11월 11일, 농업의 가치와 희망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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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땅에 무릎을 수백 번 꿇지 않고 어찌 밥상 차릴 수 있으랴. 땅에 허리를 수천 번 숙이지 않고서야 어찌 먹고 살 수 있으랴.”

농부시인 서정홍의 ‘먹고 사는 일’이란 시를 읽노라면 밥 한 숟갈도 허투루 대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수없이 많은 손길과 땀과 눈물을 더해야 하는 농업은 그래서 하늘의 일이고 천하의 근본이다.

모든 생명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업 철학을 배경으로 하는 날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농업은 우리 삶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TV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할 뿐이다. 그러나 농업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중요한 산업이다.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쌀, 채소, 과일, 육류는 농업인이 정성을 쏟은 노력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농업은 ‘우루과이 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거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시장개방이 본격화한 1990년에 19조원이던 농림업 생산액은 2016년 49조9000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업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았고, 축산이나 시설원예 생산도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농업 여건은 더욱 어려워졌다. 농가 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60% 수준까지 낮아졌다.

새 정부는 문제 개선을 위해 ‘농업인이 걱정 없이 농사짓고,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를 농정 비전으로 제시하고, ‘농업인 소득안전망 확충’, ‘건강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 공급체계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농정 신뢰 회복의 첫걸음으로 쌀값 안정을 추진하면서 최근 쌀값은 80㎏ 기준 15만원을 넘어섰다. 농업인의 소득 안전망 확충을 위해 공익형 직불제 도입 및 산재보험 수준의 강력한 농작업 재해보장도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 육성, 종자·소재 산업 발전, 벤처창업 활성화를 통해 농업을 혁신과 일자리가 있는 미래 생명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도 중요하다. 지난해 1000만 명 이상이 농촌을 방문해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체험하고 향유했다. 임업을 포함한 농업의 다원적 가치가 연간 162조원으로 평가된다. 최근 헌법 개정 논의에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업이 희망을 찾고 농촌이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농업인을 격려하는 ‘제22회 농업인의 날’ 행사가 11월 10~11일 세종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땅에서 희망을, 농업에서 미래를’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국민이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고, 농촌에 살맛 나는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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