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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과학기술 혁신의 키워드는 결국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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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람들은 과학자라 하면 일반인들보다 더 학구적인 여가생활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다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공부하던 외국 유학생활 시절,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었다. 과학의 트렌드를 따라 발표되는 최신 논문을 계속 따라가며 읽어야 하고,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한 생각으로 피곤한 뇌에 잠시의 휴식을 주는 시간이었다.

언젠가 본 ‘다모’라는 드라마에서 장성백이라는 인물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고 새로운 길을 만들려 했던 인물이다. 세상은 그에게 길이 아닌 길을 왜 걸어가려 하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처음부터 길이라는 것은 없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이었다.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왔을 뿐”이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과학자로 살아온 나의 길도 어쩌면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려온 길일 것이다. 과학자로서 내고자 하는 길이 저명한 저널에 나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유익한 길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한국 과학기술은 그간 정부 주도형 전략을 통해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2007년 9조8000억원 수준이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가 10년 새 두 배 이상인 19조5000억원으로 증가해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많은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거대한 R&D 예산이 투입되었음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이 국가의 경제성장에 제대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키워드로 ‘창의’와 ‘혁신’이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불감에 대한 시대적 요구일 것이다.

고기를 낚는 방법은 어부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정책의 해법은 과학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창의성과 융합이 요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정책은 ‘연구자’를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길을 여는 사람은 바로 현장의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인물인 혁명가 장성백은 이렇게 믿었다. “내가 죽은 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길을 내기 위해 걸을 것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새 세상을 열 것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연구자들이 열어가는 그 길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여정이 될 수 있도록 관리자가 아닌 지원자로서 함께 할 것이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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