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아들 수뢰가 별 것 아니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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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십억원을 받은 범죄가 별것 아니라니…. 서민의 살림까지 챙겨야 할 대통령의 말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일선 검사는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27일 광양 발언("전직 대통령 아들이 별것 아닌 문제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정치적 의미를 실은 발언이 아니라 그냥 수사에 국한된 말이었다면 크게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반응이다.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의 아들 수사에 직접 참여했던 검사들은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발견해 원칙대로 처벌했고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했다"면서 '수사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결코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혐의였고, 사안도 중대했다"고 입을 모았다. 차남 홍업(弘業)씨는 성원건설 등에서 각종 이권 청탁과 함께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3남 홍걸(弘傑)씨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에 개입해 1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 6월 나라종금 측에서 인사 청탁 등과 함께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의 경우도 죄질로 봐서는 구속할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대통령 아들이 이권에 개입해 수십억원을 받은 게 별것이 아니라면 검찰은 도대체 무슨 범죄를 처벌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한 대목도 민감하게들 받아들였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공언했던 처음의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검찰 장악 의도로 비춰진 청와대의 최근 발언들과 맥이 같이한다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 간부 출신인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 아들에 대한 수사를 두고 대통령이 나서서 '괜한 일을 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부적절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정치적으로 대통령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원배.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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