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공접근"일서 과장·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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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과 중공과의 관계개선이 예상외로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도록 모색하겠다는 발언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데 대해 동경에 있는 중공소식통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동경에 있는 중공국무원산하기관의 한 당국자는 그같은 견해가 최근 한국의 증권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각 세력간의 역학관계를 고려해 중공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를 분석했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노태우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담당상담역인 박동진의원이 지난 4일 일본에서 중공의 「고위관계자」와 접촉했다는 소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중공의 대외막후접촉 외교스타일로 보아 상당기간 극비에 붙여졌어야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한·중공간 관계개선을 위한 중개역할에 깊은 관심을 표시한 것은 박의원이 당시 노후보의 친서를 「다케시타」(죽하등)수상에게 전달한데 이어 「아베」(안배진태낭) 자민당 간사장이 한·중공 접근에 일본이 긴밀히 협조하겠다는「다케시타」수상의 친서를 다시 노당선자에게 전달하고서부터다. 「다케시타」수상은 내년 노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후 3월에 중공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친서는 주목을 끌었다.
「다케시타」수상뿐만 아니라 차기집권을 겨냥하고 있는「아베」간사장도 과거 외상을 역임했을 때의 연줄을 이용해 『한·중공이 마주볼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복안이나 구체안을 가지고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한·중공 접근설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국에 보다 많은 이해를 보이고 있는 공명당이나 민사당도 중공방문 기회가 또 주어지면 그같은 역할에 역점이 두어질 것이라고 과시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경쟁적인「다리역할」반응과는 달리 외무성은 매우 냉담하기 짝이 없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적극적인 중개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 임을 밝혔다.
서울 올림픽을 앞둔 한·중공간의 접촉은 매우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 보아야하며 『북한과 깊은 관계에 있는 중공측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정치인들의 「다리역할」주장은 한국에서 과장되어 해석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들의 실질적인 역할도 「정치발언」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중공간 접근 분위기가 조성될수록 일본정치인들은 표면적으로 양국간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차기 집권, 또는 당내 영향력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듯한 인상을 주어 그같은 경쟁적 「역할」이 오히려 한·중공의 대좌 시기를 늦추는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점에서 중공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계 중진들이 한·중공간 다리역할에 안성마춤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중공간의 관계개선에 밑거름이 되었던 인물들은 모두 경제계 인사들이다.
일본경제단체의 한 간부는 『과거 일·중공간의 막후접촉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오카자키」 (강기가평대·현재 일·중경제협회 상임고문) 씨가 작년 한국을 방문했으며 그에 이어 북한도 방문해 일·북한간 경제교류문제를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공은 「오카자키」씨의 일·북한 관계개선 역할을 희망했으며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관계를 현실화하는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낼 계기를 찾고 있었다.
대중공 외교와 경제교류에 25년 이상 경험을 쌓아온 일본의 관계자들이 한·중공접근 가능 속도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읽은 중공측 반응에 아직 특이점이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 그룹들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한·중공간 비밀접촉이 이루어질수 있는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장차 예상되는 한·중공 접근이 일·북한 무역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신 중공경제에서 일본의 영향력감퇴를 초래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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