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및 검찰 간부들이 7일 무더기로 구속됐다. 검찰은 "(국정원 소속의) 정모 변호사와 변창훈 검사의 사망과 관련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 있었으나 (검찰은) 해오던 대로 철저하게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가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지법 청사2층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지검장 등은 국정원이 2013년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현안 태스크포스(TF)'의 주요 구성원으로 당시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 등을 비치한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실제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제시하는 등 사건을 은폐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장 전 지검장이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으로서 국정원의 사건 은폐 시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전 지검장이 구속됨에 따라 현직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구속된 것은 넥슨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 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이어 검찰 역사상 두 번째가 됐다.
장 전 지검장과 함께 수사 방해를 목적으로 구성된 이른바 '현안 TF'에 소속됐던 이제영 검사도 구속됐다. 단일 사건으로 현직 검찰 간부 2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국정원 간부인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고모 전 국정원 종합분석국장 등 2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강 판사는 이들 모두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와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는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비롯해 총 6명에 달하게 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국정원 소속) 변호사와 변창훈 검사의 사망과 관련해서 다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 있었으나 (검찰은) 해오던 대로 철저하게 (수사를) 하겠다"며 "수사팀은 다시 한 번 수사 과정을 되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말씀드린 원칙을 더욱 철저하게 지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