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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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독은 너를 죽이는 힘이다./느닷없이 너에게서 터져나오면/고독은 저 지평선 너머로/너를데려간다./고독을 맞이할 마음이 있을 때.』
이탈리아 등산가 「라인하르트·메스너」의 명저 『검은 고독 흰 고독』의 책머리에 실린 시다.
「메스너」는 5대륙에 걸친 고산군에서 1백건이 넘는 초등을 기록한 「산사나이」중의 사나이. 그는 8친m급의 거봉을 9개나 정복했지만, 그의 불멸의 업적은 에베레스트 무산소등정이다.
그러나 그 「메스너」도 표고차4천5백m나 되는 세계 최대의 벽을 넘어 낭가 파르바트에 오를 때의 기록을 보면 처절하기조차 하다.
『갑자기 머리 위에서 무엇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어디선가 바위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바위조각이 크게 튀며 벽 밑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온갖 음향이 뒤섞인 소리에 숨을 죽인다. 공중에서 들려오는 노래같기도 휘파람같기도 한 소리, 암벽이나 빙벽에 부딪치는 소리, 돌이 부서지는 소리…. 나는 무서워 소리지르고 싶었다.』
많은 등산가들은 산을 「정복」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산은 정복되는 것이 아니다. 정복정신은 실패의 원인이 된다. 등정에는 무엇보다 경건함이 있어야한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고난과 신고와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산에 오르려고 한다. 그 충동은 어디서오는 것일까.
영국의 등산가 「스마이드」는 산에 오르는 마음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산이야말로 미의 극치다. 선과 색채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 순결함과 자유스런 모습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거기에 휴식과 건강이 따른다.
외신을 보면 한국등반대가 지난 22일 또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장거를 이룩한 사나이는 허영호씨. 지난 77년 고고상돈씨에 이은 두번째 성공이다.
특히 허대원의 이번 등정은 겨울등반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더구나 온나라가 선거후유증으로 축 처져 있는 이때 우리 모두에게 주는 가장 값진 크리스머스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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