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권 (6)「권위」청산·화합책 조기이행|홍수처럼 쏟아놓은 지역사업 약속 큰 부담|공약실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대통령당선자는 유세중「보통사람 시대의 청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벌였던「공약 퍼레이드」를 총결산, 이제 하나둘씩 실천해야할 시점에 들어섰다.
그가 강조해온 「노태우약속은 한치의 차질도 없이 실천된다」는 구호를 실감할수 있도록 가시화해야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노태우약속」은 6·29선언을 기반으로 △집권기본강령10장△경제정의 실현 6대원칙과 빈부격차 완화를 위한 6대시책△10개 기본공약으로구성돼 있다.
또 이중 정치부분을 집대성한 「민주화합 새시대를 위한 집권8개구상」을 제시했으며 10개 기본정책공약을 세분화해 모두 2백5가지의 실천사업을 발표했다.
그의「이렇게 달라진다」는 공약속에는 청와대 기능축소에서부터 대통령도 TV코미디 소재가 될수 있다는 것까지 다양·세밀하면서 방대하고도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내정면에서는 권위주의 청산과 문민정치의 확립, 경제면에서는 경제정의 확립과 분배구조 개선·흑자경제 지속등으로 정리할수 있으며 외교·통일분야는 북방외교의 과감한 전개와 탈냉전·대북한맏형정책으로 요약될수 있다.
공약의 핵심인 권위주의 청산은 우선 청와대 기능축소 속에 보다 의욕적으로 담겨 있다. 정무는 내각에 맡기고 대통령은 민심을 파악, 정책에 반영하는「이동청와대」기능을 수행한다는 기조위에서 비서실·경호실의 역할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청와대의 규모· 영역의 축소 속에 목표달성식 정책추진보다 여론과 민의의 국정반영을 중시하는 정책추진이 예상되고 정부 각부처의 민원업무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권위주의 청산 약속은『노태우농담집』같은 책자의 출판인들 어떠냐는 말에서 더욱 실감할수 있는데 실제 노당선자는 서독「콜」수상의 농담집을 애독했다는 것.
그의 약속중 여러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모든 정보기관이 대공업무등 고유역할만 수행토록 기능을 재조정 한다」는 대목. 이는 정보정치와 인권시비를 더 이상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5·16이후 정보기관의 오랜 업무스타일·관행으로 미뤄 어떤 형태로 업무의 교통정리가 매듭지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노당선자의 경제정책은 크게보아 현재의 문제점은 대폭 개선하되 기본적으로는 제5공화국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의 수많은 경제공약이 실은 대부분 6차 5개년계획에서 나왔고 5년내 1인당 5천달러시대를 이룩한다는 공약 역시 이미 정부와 관변이코노미스트들이 만든 계획상의 지표였다. 따라서 수출의존형 성장정책은 노태우시대에도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보아야 하며 여기에 농어촌·중소기업·저소득층 보호, 지역간 균형등의 보완과 균형잡기를 해나간다는 발상이다.
또 지난날 조감법개정등을 통한 대기업부실구제등 말썽을 빚은 특혜조치나 행정력의 개입에 의한 민간기업의 조정, 통·폐합같은 일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질서 속에서의 기업자율·민간주도의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난번 홍수처럼 쏟아놓은 각종 지역사업공약은 노정권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많다.
지역사업공약은 △도로건설57건 △공항·항만·철도건설25건 △농어촌지원 14건 △치수및 상·하수도건설 12건△교육 l6건△문화예술 12건△지역개발 32건등 모두 2백5개사업으로 총사업비는 18조1천5백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끈 공약사업이 서해안을 과감히 개발, 대중공무역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서해안시대의 개막」이다.
서해안시대는 장차 한·일·중공의 3각경제협력체제에 대비하고 서해안폭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돼 자연스럽게 지역감정이 완화된다는 것으로「노태우경제구상」의 핵심에 속하는 것이다. 정부 주식을 매각, 국민주로 만든다는 공약은 이미 정부방침으로 시행계획이 발표까지 됐다.
안보·외교면에 있어서도 특별히 제5공화국의 그것과 달라질 것은 적은것 같다. 미일등 우방과의 전통적 유대, 수출의존 경제성장의 지속을 위한 국제환경 조성등 기본구조는 변할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커져가는 국력과 올림픽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공산국·대북한외교를추진할 작정이다.
우선 한반도주변 4강의 남북한교차승인을 과거의 동시호혜적 입장에서 벗어나 시차를 두는 유연교차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외교전략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공과의 교류개선에 상당한 의욕을 표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유세증 정식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호칭했으며 일본에 특사를 파견, 한·중공관계의 중재역할을 요청했다.
노당선자의 취임전 중공방문은 중공측에서 대북한관계를 의식,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으나 북방외교의 선제효과는 거뒀다는 것이다.
한미관계에 있어 한차원 높은 협력관계 제시는 청년세대의 민족주의 의식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노태우외교」의 기본정신을 이루고 있다.
민정당은 이같은 내·외정의 정책을 『노태우약속 이렇게 실천한다』는 공약책자를 통해 약속이행을 자신하고 있으나 사업의 우선 순위가 불합리하거나 이행 속도가 느릴 경우 국민적 비판에 부닥칠 것이다.
민정당은 법적 개선이 필요치않은 공약사업은 조기실천할 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최우선 과제로 등장한 지역감정해소를 위한 민주화합추진위원회의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
그가 36%지지를 얻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공약실천을 통해 신뢰와 지지기반 확대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하는 것이다. <박보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