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인 피의자, 아내에 '목조르기' 연습···통화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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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잡았다' 남편과 통화... 가족 3명 살해 피의자 부인 공모 정황

사건 당일 남편과 통화에서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들어 #태블릿 PC에는 '찌르는 방법' '범죄인인도조약' 등 검색 #"평소 죽인다는 말 했다" "남편이 검색한 것"이라며 부인 #경찰, "범행 모의 정황 드러나 " 영장신청, 전반 조사키로

 지난 1일 오후 경기 용인 세가족 살해 사건 피의자의 아내 정모(32 ·사진 왼쪽)씨가 경찰조사 후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경기 용인 세가족 살해 사건 피의자의 아내 정모(32 ·사진 왼쪽)씨가 경찰조사 후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용인 가족 3명 살인사건 피의자의 부인이 범행 전 살인 연습을 하는 등 공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입국 당시 가지고 있던 태블릿PC에서 범행 및 해외도피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 가족 3명 살해사건의 피의자 김모(35)씨의 아내 정모(32)씨에 대해 존속살해 공모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용인 일가족 살해 피의자가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모습. [연합뉴스]

용인 일가족 살해 피의자가 뉴질랜드에서 체포된 모습. [연합뉴스]

정씨는 남편 김씨가 지난달 21일 어머니 A씨(55)와 이부(異父)동생 B군(14), 계부 C씨(57) 등 3명을 살해한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씨로부터 “사건 당일 남편으로부터 가족 살해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범행 전 함께 투숙했던 콘도로 들어온 남편이 얘기해줬다는 것이다. 정씨는 당초 “남편의 범행 사실을 귀국 후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었다.

경찰은 또 남편이 자신을 상대로 범행에 대비해 ‘목조르기 연습’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특히 경찰은 이들 부부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21일 오후 3시쯤 남편과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는 대화가 오갔기 때문이다.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 현장조사 [연합뉴스]

용인 일가족 피살사건 현장조사 [연합뉴스]

또 정씨가 뉴질랜드에서 입국 당시 소지하고 있던 태블릿PC에서 범행 및 해외도피 관련 검색어도 확보했다.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태블릿 PC에 ‘찌르는 방법’ ‘경동맥 깊이’ ‘망치’ ‘범죄인인도조약’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씨는 범행 공모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남편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평소에도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말을 자주했다”고도 했다.

남편이 거액을 들고 뉴질랜드로 함께 건너간 점에 대해서도 “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다 남편이 전 직장에서 못 받은 월급을 받았다고 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김씨는 뉴질랜드로 출국하기 전 어머니의 계좌에서 1억2000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빼낸 뒤 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7700여만 원)로 환전한 바 있다.

용인동부경찰서.

용인동부경찰서.

또 태블릿PC에 대해서도 “남편이 사용한 것이라서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둘 잡았다’ 등 휴대전화로 범행 진행 상황을 아내 정씨에게 은어로 알린 점에 미뤄볼 때, 사전에 두 사람이 살인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정씨를 구속해 조사하는 한편, 금융·통신 내역 등을 두루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씨의 남편 김씨는 뉴질랜드로 달아난 지 엿새만인 지난달 29일 과거 현지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용인=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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