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10만 볼리바르 신권 발행…가치는 2.5달러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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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10만 볼리바르짜리초고액권 지폐를 발행했다.

새로 발행된 베네수엘라의 10만 볼리바르 지폐, [위키피디아]

새로 발행된 베네수엘라의 10만 볼리바르 지폐, [위키피디아]

지난 1일(현지시간) 현지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영TV와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주 10만 볼리바르 지폐가 유통된다”고 발표했다.
공식 환율에 따르면 10만 볼리바르의 가치는 30달러다. 그러나 암시장에선 단돈 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초고액권 유통 #1년 전 최고액권은 100 볼리바르 #올 들어 인플레이션율 536.2% 기록 #내년 전망 2300% 넘어 더 악화 조짐

이번에 초고액권이 발행된 건 베네수엘라의 급격한 물가인상과 화폐 부족 때문이다.
최근 2년간 100볼리바르 지폐는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의 범죄조직들에 밀거래됐다. 조직은 이를 모아 미국 달러로 위조하는 데 사용했다. 100볼리바르 지폐가 동이 나 베네수엘라 시중은행 현금인출기에선 소액권 지폐가 대신 유통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는 화폐 밀거래를 막겠다며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72시간 동안 폐쇄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마피아 조직이 3억 볼리바르를 유통하지 않은 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를 상대로 경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100 볼리바르 지폐의 유통도 중단했다.

초고액권 등장의 또 다른 배경은 살인적인 물가상승이다. 2013년 마두로 대통령 취임 당시 볼리바르:달러 환율은 22볼리바르당1달러였다. 현재 암거래 시세에 따르면 약 4만 볼리바르당 1달러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최고액권은 100볼리바르 지폐였다. 그러나 급속도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화폐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했고, 지난해 말 500·1000·2000·5000·1만·2만 볼리바르 지폐를 새로 발행됐다.

볼리바르의 가치가 휴짓조각이 되자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율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의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9월까지의 인플레이션율은 536.2%에 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내년 전망치는 23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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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은 10만 볼리바르 지폐 발행을 발표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확실한 해법’이라며 전자화폐 사용을 제안했다. 그는 “내년에는 모든 금전 거래의 85%가 전자화될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물리적 화폐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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