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정원의 청와대 지원은 ‘관행적 부정',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조사해야"

중앙일보

입력

권영세 전 주중대사.[중앙포토]

권영세 전 주중대사.[중앙포토]

 최근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가정보원 특수 활동비 상납 수사와 관련, 권영세(58) 전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의 청와대 지원행위는 전 정부의 ‘독창적 지적 재산권’이 아니라 그 이전 정부들로부터 내려온 ‘관행적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대사를 역임했던 권 전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에서 드러났듯, 국가정보기관이 청와대에 활동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공공연한 의혹이자 비밀”이라고도 했다. 권 전 의원은 이 같은 주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을 ‘관행’이라고 주장했는데.
“국정원이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청와대로 보낸다는 건 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졌던 얘기다. 알만한 사람이라면 대략 듣고 알았다는 거다. 그걸 마치 생판 몰랐던 일 인양, 역대 정부에선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 느닷없이 박근혜 정부에서만 발생한 범죄인 양 시치미를 떼니….”

-구체적인 예가 있나.
“대표적인 게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에 불거졌던 이른바 ‘안풍 사건’ (민주자유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이 1197억 원의 안기부 예산을 빼돌려 1996년 총선 등에 사용했다는 사건. 검찰은 강삼재 전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국고 손실 혐의로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안기부 자금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아닌가. 당시 김기섭 차장이 재판과정에서 안기부가 청와대에 활동경비를 지원했다는 것을 직접 증언했다. 즉 국가정보기관의 청와대 지원은 공공연한 의혹이자 비밀이었다.”

안풍사건의 주역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4년 재판장으로 가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중앙포토]

안풍사건의 주역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4년 재판장으로 가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중앙포토]

-관행이니 문제 삼지 말자는 뜻인가.
“결코 아니다. 현재까진 안봉근ㆍ이재만 등이 매달 1억원가량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엄정한 검찰 수사는 필요하다. 국정원 자금도 국민 세금에서 나온 거다. 세금이라면 정당한 출처와 절차를 거쳐 합리적 결산이 필수다. 그게 없었다면 당연히 불법이며 처벌할 사람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 문제는 그게 특정 정부로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안풍 사건’에서 드러났듯 국정원의 청와대 지원은 과거 군사정부부터 문민정부까지는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그 이후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가 갑자기 박근혜 정부에서만 부활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만의 ‘독창적 지적 재산권’이 아니라 그 훨씬 이전 정부들로부터 내려온 ‘관행적 부정행위’, 즉 전형적인 적폐다.”

-그렇다고 오래된 일을 들추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그렇지 않다.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기관총 사격 등 하나씩 확인되고 있는 ‘5ㆍ18’ 관련 사실도 마찬가지 아닌가. 문 대통령의 지시로 37년 전 일이 재조사돼 그 실체가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1998년 이후 국정원의 행태를 살펴보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국정원도 파헤쳐야 한다. 전체를 조사하지 않고 일부분만, 특정 정부만 한정하니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청와대-국정원 관계에 대해서는 당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그 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