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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연맹비리에 국가대표팀 '5번 환승·54시간 비행'

중앙일보

입력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태영(가운데)과 동메달을 획득한 김기현(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태영(가운데)과 동메달을 획득한 김기현(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청각 장애 선수들의 경기를 지원해야 할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이 항공권 구매 대행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다가 적발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반면 업체는 1억1000만원에 가까운 연맹의 비용을 유용했다. 결국, 선수들은 예정보다 훨씬 긴 항공시간을 감수해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아직 일비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연맹을 부실하게 관리해 데플림픽(청각장애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편 연맹과 장애인체육회의 부실 관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52개 메달을 거두며 세계 3위에 오르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해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해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대한장애인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017 삼순 데플림픽 참가 선수 70명은 대회가 열리는 터키 삼순을 다녀오는데 5차례 비행기를 환승해야 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비행기를 2차례만 갈아타면 됐지만, 연맹이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선수들은 환승하는 데만 10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총 비행시간도 애초 계획했던 39시간 15분보다 15시간 이상 더 늘어나 무려 54시간 35분(왕복 기준)이나 걸렸다.

인천에서 삼순까지는 3회 환승 끝에 30시간 25분이 걸렸고, 삼순에서 인천까지는 2회 환승을 하고 24시간 10분이 소요됐다. 선수들이 삼순으로 출발하기로 한 날(7월 13일) 6일 전까지 업체가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2017 삼순 데플림픽 대회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경기도 이천장애인훈련원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7 삼순 데플림픽 대회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경기도 이천장애인훈련원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항공권 구매를 맡은 여행사 'A항공'은 선수들의 왕복 항공권 비용인 1억 1000만원을 받고도 선수단 출국 직전까지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대신 나서 출국일 하루 전에야 항공권을 구했다.

항공권 구매에는 기존 계획보다 1억 8600여만 원이 추가로 들었다. 농아인스포츠연맹은 A항공을 항공권 구매 대행업체로 임의 선정하고 계약이행보증보험 없이 대금을 한꺼번에 치르기까지 했다. 그 대가로 연맹 측은 1500여만 원을 리베이트로 챙긴 사실도 확인됐다.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 것처럼 했으나, 실제로는 리베이트를 약속한 A항공과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 내부감사 결과 드러났다.

터키 삼순에서 열린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대회 볼링 남자 마스터스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서영춘(왼쪽)과 안성조가 시상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터키 삼순에서 열린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 대회 볼링 남자 마스터스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서영춘(왼쪽)과 안성조가 시상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연맹은 해당 여행사를,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연맹을 각각 형사 고소한 상태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기간 지급 받아야 할 일비를 아직 받지 못했다. 장애인체육회가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일비 총 6100여만 원을 전용해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박경미 의원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을 부실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이라며 "다른 가맹단체 관리도 이처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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