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자동출당’ 카드에 한국당 친박계 및 중립지대도 불만

중앙일보

입력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자동 출당’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내달 3일 최고위서 박근혜 '자동출당' 유력 #친박 및 중간파, "너무 빠르다" 부정 기류 #윤리위 규정 놓고 양측이 상이한 해석

30일 홍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자진출당 권고를 했기 때문에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내달부터 당원 신분이 아니다. 3일 최고위에서 이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4박 5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4박 5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2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당 지도부의 친박계는 물론 중간 지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이처럼 서둘러 강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본인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여해 최고위원도 “절차상의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나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홍 대표의 구상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다. 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윤리위 규정엔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고 되어 있지 ‘지체 없이 제명한다’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처분은 최고위의 최종적인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양측은 서로 당헌당규를 앞세워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다.
홍 대표 측이 내세우는 것은 윤리위 규정 제21조 3항이다.
이에 따르면 “탈당권유의 징계의결을 받은 자가 그 탈당권유 의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할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지체 없이 제명 처분한다”고 되어 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20일 당 윤리위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제명을 한 것이 아니라 탈당권유를 한 것”이라며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지체 없이 제명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친박계 및 정 원내대표 측은 윤리위 규정 제21조 2항을 들어 홍 대표 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확정하며,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의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되어 있다. 즉,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하려면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징계처분의 권한은 최고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윤리위 규정 제21조 2항과 3항이 서로 충돌하다보니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막으려면 최고위에서 누군가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하는데 그러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실제로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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