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규탄 포함된 유엔 결의 3건 중 2건 기권 논란...정부 "역사,핵우산 고려"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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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 규탄이 포함된 유엔 결의안 3건 중 2건에 기권 의사를 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부는 “전체적인 국익을 고려했다”고 말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국제 공조를 깨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9월 23일 유엔 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3일 유엔 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를 이끄는 모하메드 후세인 바르 알루룸 이라크 대사는 27일(현지시간) ‘핵무기 전면 철폐를 향한 공동의 행동’을 주제로 하는 결의 ‘L35호’를 찬성 144표, 반대 4표, 기권 27표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일본이 발의한 이 결의안에 북한·중국·러시아·시리아 등 4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국은 기권했다. 한국은 이날 채택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하여(L19)’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반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L42)’에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 L35호는 ‘핵무기로부터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이행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 아울러 최근 북한이 빈번하게 반복하고 있는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규탄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결의안에는 특정국(일본)의 원폭 피해가 강조돼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권했다”며 “원폭 피해자의 6분의 1(2만여 명)이 한국인인 만큼 역사 문제를 고려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결의안엔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정치 지도자들의 최근 방문을 환영한다”는 언급이 들어있다.

결의 L19호는 핵 군축을 강조하며 ‘핵무기금지조약’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올 7월에 채택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 보유국인 미·중·러·영·프를 비롯, 이들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와 한국·일본 등이 반대했다. 결의 L19호에 대해서도 미국은 반대표를, 한국과 일본은 기권표를 던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3개의 결의 모두 북한에 대한 규탄을 포함하고 있긴 하나 북핵만을 겨냥한 결의는 아니다”며 “북핵 문제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우리 안보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점은 없는지, 문안의 취지가 균형에 맞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이는 2015년부터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비판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의 바른정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L35호에 대해 미국도 지난해까지 반대했지만 이번엔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북핵이 완성 단계에 있고 북핵 위협이 높은 상황에서 외교부가 관행 또는 관성대로 하지 말고 이번엔 입장을 달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에선 ‘굴욕적 외교’란 표현까지 나왔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은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강력한 대북제재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협조를 해야 하는데 정부는 왜 앞장서서 국제사회 공조를 깨뜨리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유엔의 북한규탄 결의안을 기권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밝히고, 북한을 위한 굴욕적인 외교로 더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통위의 간사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도 “지금은 북핵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경고를 해야할 시점이다. 국제적 흐름에 적극 동참했어야 했다”며 “이번 기권이 북한에 착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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