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의 갈대처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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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19면

Devil’s Advocate

지난 한 해 한국경제 위기설의 근거지였던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30일 코스피에 재상장된다. 분식회계,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된지 1년 3개월 만이다. 재상장은 지난 4월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공언했던 대로 현재 3사 체제인 조선업계를 ‘빅 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로 개편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다. 대우조선을 매각하려면 일단 회사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걸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의 발언이 묘하다.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한 그는 “대우조선을 죽여야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속단”이라고 말했다. 회사 매각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만 답했다.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은 채권단인 산은 스스로 공언한 ‘룰’을 불과 반 년 만에 폐기하는 행위다. 거제의 지역 경제도 중요하고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또다시 특정 기업의 부실을 국민들의 주머니 돈으로 메워주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0조원이 넘는다. 산은이 또다시 좀비 기업의 우산이 되려 하는가.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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