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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호투 … 양현종 완봉승, 호랑이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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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직후, KIA 선발 양현종이 마운드 위에서 펄쩍 뛰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직후, KIA 선발 양현종이 마운드 위에서 펄쩍 뛰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현종! 양현종! 양현종!”

두산 0 - 1 KIA #KIA 양현종 무실점, 승부 원점 돌려 #KS 사상 10번째 완봉승으로 MVP #두산 장원준도 7회까지 무실점투 #협살 노리다 점수 내준 양의지 한숨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2차전이 끝난 26일 밤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선 KIA 투수 양현종(29) 이름이 울려 퍼졌다. KIA는 이날 선발 양현종의 완봉 호투로 두산에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KIA는 2차전에서 두산을 1-0으로 이겼다. 1차전을 3-5로 내준 KIA는 1승1패로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KIA의 전신 해태의 KS 최다 연승(10연승) 타이기록에 도전했으나, 결국 해태의 후신 KIA에 가로막혔다.

국가대표 좌완투수들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KIA는 토종 에이스인 양현종, 두산은 장원준(32)을 선발로 내세웠다. 양현종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20승(6패·평균자책점 3.44) 고지에 오르며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함께 다승왕에 올랐다. 장원준은 시즌 14승(9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라이언 피어밴드(kt·3.04)에 이어 2위(3.14)에 올랐다.

다른 유형의 두 투수는 자신의 강점을 확실히 보여줬다. 정통파 양현종은 최고 시속 150㎞짜리 강속구에 슬라이더를 곁들여 두산 타선을 힘으로 눌렀다. 6회 2사 1·2루에서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바깥쪽 직구로 삼진을 끌어낸 장면이 백미였다.

반면, 기교파 장원준은 변화구로 KIA 타선을 요리했다. 매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직구처럼 날아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로 범타를 끌어냈다. 투구 수 117개를 기록한 장원준은 7회까지 4피안타·5볼넷·무실점한 뒤 함덕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양현종은 장원준보다 더 던졌다. 8회에도 시속 147㎞ 강속구를 던지며 삼자범퇴를 끌어냈다. 양현종은 8회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두 팔을 휘저었다. 양현종은 “팀이 힘이 더 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도 모르게 큰 동작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찬은 8회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KIA는 이 승리로 시리즈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뉴스1]

김주찬은 8회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KIA는 이 승리로 시리즈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뉴스1]

KIA 타자들은 8회 말 양현종의 호투에 보답했다. 김주찬이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함덕주로부터 2루타를 뽑아 나간 뒤, 버나디나의 희생번트 때 3루까지 진루했다. 두산은 마무리 김강률을 투입한 뒤 4번 타자 최형우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발이 느린 나지완을 상대로 병살타를 노리는 작전이었다. 나지완의 타구는 3루수 허경민 앞으로 굴렀다. 허경민은 홈으로 던져 3루 주자 김주찬을 협살로 몰아넣었다. 포수 양의지는 김주찬 뿐만 아니라 2루를 돌아 3루까지 달리던 1루 주자 최형우까지 잡기 위해 3루로 공을 건넸다. 과욕이었다. 최형우는 태그아웃됐지만 홈 가까이 있던 김주찬이 잽싸게 홈을 밟았다. 1-0. 그렇게 결승점이 났다. 양의지는 뒤늦게 가슴을 치며 아쉬워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8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진 투수코치가 양현종에게 교체 의사를 물었다. 양현종은 고개를 저었다. 양현종은 11구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양의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9이닝 4피안타·2볼넷·11탈삼진·무실점 완봉승. KS 사상 열 번째 완봉승의 주인공 양현종은 2차전 MVP로 선정됐다. 양현종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집중한 것도, 힘들었던 것도 처음이다. 장원준 형과 이런 경기를 해 영광이고, 꼭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KS 3차전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KIA는 팻 딘, 두산은 마이클 보우덴을 선발로 예고했다.

◆ 한국시리즈 2차전 전적(26일·광주)

두 산 000 000 000 | 0
KIA 000 000 01x | 1
(승) 양현종 (패) 함덕주

양팀 감독의 말

김기태 KIA 감독

김기태 KIA 감독

◆김기태 KIA 감독=양현종의 완봉승이 정말 대단했다. 2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피칭이었다. 양현종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양현종이 자신 있다고 해서 끝까지 믿고 맡겼다. 8회 김주찬이 집중력 있게 주루 플레이를 펼쳐줬다. 오늘 승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을 것 같다.

김태형 두산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장원준이 NC와의 플레이오프 때보다 많이 안정됐다. 8회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하나씩 해도 됐을 텐데 한꺼번에 2명을 잡으려고 욕심을 부렸다. 원정에서 1승 1패를 했다. 홈에서 이기는 경기를 하면 된다.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 같다.

광주=김효경·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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