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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자진신고 늦게 하면 과징금 감면 제외' 헌재, 합헌 결정

중앙일보

입력

담합에 가담한 업체가 자진신고를 한 지 2년이 지난 뒤 담합 사실을 신고한 후순위 자진신고 사업자는 과징금을 감면해주지 않도록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고양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사업자 #탈락업체 입찰 담합 자진신고하자 #2년 지나 3개 사 담합 사실 자백 #'1차 자진신고 후 2년 경과 시 감면 제외' #공정위 과징금 26억 부과하자 위헌소송

헌재는 경기도 고양시의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사업자로 선정된 A사가 청구한 공정거래법 22조의2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A사는 2010년 3월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610억원 규모의 고양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설치공사 입찰에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입찰에는 A사와 K, H사 등 건설사 3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듬해 9월 입찰에 참여한 3개 사가 투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들어가자 K사는 가장 먼저 담합 사실을 인정하며 자진신고했다. A사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자진신고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위헌법률심판사건과 헌법소원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위헌법률심판사건과 헌법소원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현행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는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1순위 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의 100%를, 2순위 사업자에게는 50%를 감면해준다. 그러나 공정위는 ‘1순위 자진신고 혹은 조사협조가 이뤄진 후 2년 이내 자진신고 혹은 조사협조를 하지 않은 경우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감면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근거로 A사의 감면 신청을 거절하고 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사는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또 “과징금 감면에 관한 모든 사항을 대통령령(시행령) 조항에 위임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기각되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A사는 “1순위 자진신고가 언제 이뤄졌는지 알기 어려운 2순위 자진신고자가 1순위 자진신고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조사협조를 해야만 감면토록 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과징금 감면을 위한 자진신고의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 등은 세부적‧기술적 사항으로 입법자가 반드시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본질적 사항이라기보다는 행정입법이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감면제도의 세부 내용을 정할 때 규제와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전문성이 있는 행정부가 탄력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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