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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중동 국가들은 과연 보수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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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나라마다 오랜 전통이 있다. 전통을 지키는 나라, 조금씩 고치는 나라, 아예 과거와 단절된 나라가 있다. 한국인 기준으로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한국인 눈에는 자국도 아직 보수적인 나라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이집트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세계 지도만 봐도 이집트가 보수적인 나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 때부터 아시아·유럽·아프리카와 교류가 많았다. 상인들은 이웃 문명들과 교역을 했으며 과학이나 철학을 배워 이집트에 전했다. 세 대륙의 교차로에 있는 이집트는 외국 문명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고대 이집트와 달리 현대 이집트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으로 보수적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현대 이집트의 역사는 1805년 시작된다. 이집트를 오스만튀르크 제국에서 독립시킨 무함마드 알리 국왕은 유럽으로 유학생을 보냈다. 이집트는 근대화를 위해 유럽과 지식 교류를 하고 유럽인들을 초빙했다.

비정상의 눈 10/26

비정상의 눈 10/26

독립 후 개방 정책은 줄곧 계속됐다. 이집트에서 여성 운전면허가 처음 발급된 건 1920년, 비행 면허도 1933년이다. 이집트 법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개종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집트에는 음주문화도 있다. 유명한 맥주 브랜드도 몇 개 있다. 지난해부터 이집트 맥주가 한국 시장에 수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집트나 다른 중동 나라들은 왜 보수적 이미지가 강할까. 국가가 개방을 허용해도 국민은 보수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히잡을 착용하라는 이집트 법이 없는데 이집트 여성은 히잡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음주에 대한 제한이 크지 않아도 신앙심 깊은 대다수 이집트인은 술을 멀리한다. 최근 사우디가 영화 상영과 공연을 조금씩 허용하는 등 개방정책을 시작했다. 사우디 국민은 여성 운전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달로 예정된 여성 가수의 공연은 국민 여론, 일부 사회단체의 반대로 취소됐다.

보수적인 것이 곧 폐쇄적인 것은 아니다. 중동에서 보수적이라는 건 ‘남을 인정하고 공존하되 종교나 문화에서 가르치는 도덕이나 인간미를 버리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도덕과 인간미는 중동 국가들의 사회를 사회답게, 인간 관계를 인간답게 만든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