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의 변신 … 술로 번돈 금융업에 쏟아 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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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회주의 럭셔리 브랜드’

반민반관 성격 ‘구이저우’ 그룹 #올 이익 5조,현금보유액은 18조원 #현금 동원력 활용해 신사업 진출 #시진핑 국영기업 개혁 지침이 변수

중국을 대표하는 술인 바이주(白酒),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마오타이를 부르는 별칭이다.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성에서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그룹은 반관반민 성격의 기업이면서 최고급 상품을 팔아 최고 수준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이 그룹은 지방 정부인 구이저우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상하이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구이저우마오타이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25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73%에 달한다. 조니워커·윈저 등을 보유한 영국 주류회사 디아지오(28%)보다 2배 이상 높다. 이 회사는 현금 흐름과 이익률이 중국 기업 중 가장 많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이익은 300억 위안(약 5조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액은 1080억 위안(약 18조3500억원)이다. 연 매출액의 두배에 가까운 액수다. 중국 상장 기업 가운데 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이렇게 풍족한 현금을 활용해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은 금융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 리바오팡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현금 자금을 활용해 금융업을 그룹의 신성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금융업이 주류업에 이어 그룹을 지지하는 두번째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사장은 “놀고 있는 현금이 활동하는 자금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은 각 자회사에 흩어져 있는 금융 기능을 한데 모아 금융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해 외부 고객을 상대로 대부업, 보험, 자산운용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50억 위안(약 8500억원)을 투자할 계획도 발표했다. 지금은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리 사장은 “2020년까지 금융업이 그룹 매출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5일 현재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의 시가총액은 7097억 위안(약 120조6000억원)이다. 전체 주류회사 중에선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시가총액 약 283조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도수가 높은 증류주 분야에선 1위다.

최근 마오타이의 약진은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마오타이는 중국 고위 관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고급술이다. 국빈 만찬 등 정부가 주최하는 연회에 단골로 등장해 중국의 국주(國酒)로도 불린다. 5년 전에는 생산량의 30%가량이 정부 연회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2012년 말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치 향락과 부정부패 척결을 엄단하는 정책을 펴면서 마오타이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한때는 판매량이 5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은 개인 소비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중국 내 고소득자가 늘어나고 젊은층이 관심을 가지면서 바이주 소비가 늘었다. 이젠 정부 수요가 1%가 채 안 될 정도로 확 줄었다.

올해 매출액은 600억 위안(약 10조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 진출에 힘입어 2020년에는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5%에 못 미치는 해외 매출을 2020년까지 10~15%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업 진출이 원하는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 외부 필진인 런수리 칼럼니스트는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고 핵심 사업에 주력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국영 기업 개혁 노력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과 같다”며 “주류 회사가 주식과 채권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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