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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사법평의회 개헌' 따를 생각 없다"

중앙일보

입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사법행정 의결기구로 ‘사법평의회’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김명수(58) 대법원장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회의실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서 #국회 개헌특위안 반대 입장 #대통령·국회 사법부 간접 통제 #"정치적이고 법원 독립 훼손" #'영장기각' 검찰 반발에 우려도

김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평의회는 우리 제도로 받아들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제안한 사법평의회의 내용은 너무나 정치적이고 법원의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그것을 지지하거나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평의회는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사법분과)가 사법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제안한 모델이다. 법관 인사‧징계권, 대법관 후보자 추천, 법원 예산 수립과 집행 등 주요 권한을 갖는다. 평의회 위원 지명‧선출권은 대통령과 국회, 법관들이 행사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열린 취임기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열린 취임기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개헌특위 자문위는 사법평의회를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법관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두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할 제도”(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보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민주적 통제를 넘어 사법의 정치화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법원 내 실무준비단을 곧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실무준비단에는 법원행정처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함께 참여한다. 양쪽에서 선발한 법관들이 참여해 제도 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방안을 논의한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역할은 애초에 재판을 지원하는 것인데 행정권한이 비대해져 재판을 끌고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사법행정에서 법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외부에 개방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법부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조만간 재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진상조사위원들, 서울지역 법원의 소속법관 4개 그룹 등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며 “법원행정처 심의관들과 27일에 예정된 대법관회의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을 듣고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상설 법관회의 역할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사법제도개선이나 사법개혁에 참여하는 역할과 사법행정권의 감독‧감시 기능”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법관 인사와 사법행정권 등에 의견제시 형태로 개입하는 방안을 담은 규칙안을 대법원에 제안했다. 김 대법원장은 “두 가지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내부 검토를 거쳐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근 잇따른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 대해 우려의 뜻도 나타냈다. 김 대법원장은 “영장재판도 분명한 재판이다. 재판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는 게 법치주의의 정신”이라며 “재판에 대한 평가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지만 그런 의견을 누가 내느냐에 따라 (파장의) 정도와 범위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8일 국정원 사이버외곽팀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서울중앙지검이 공식 입장을 내고 영장전담판사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가 간략히 (입장문을) 써서 간사한테 넘겨주고 ‘여기에 대한 질문은 답하지 말라’ 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를 두고 “적어도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 입장에서 과도하게 법원을 비난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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