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테 섬은 '참사 단골' 15년 전에도 6000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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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이유에는 지리적 원인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인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측면도 강하다고 분석한다.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재해가 잦을 뿐 아니라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필리핀은 자연재해 '단골' 지역=최근 들어 필리핀에서는 태풍뿐 아니라 대규모 자연재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레이테 섬에서는 1991년에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6000여 명이 숨지는 등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폭우에 따른 홍수와 산사태로 수도 마닐라 남쪽에 위치한 쿠손, 민도로 오리엔탈 섬 등에서 6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4년 12월에도 시속 185㎞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몰아치면서 400여 명이 홍수와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앞서 2003년 12월에는 필리핀 중부 지방에서 한밤중에 폭우가 몰아닥쳐 200여 명이 산사태로 매몰돼 숨지는 참사도 있었다.

◆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 재해 급증=대규모 자연재해는 필리핀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지난해 8월과 9월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미국 남부 지방을 휩쓸어 1200여 명이 숨지고 6000여 명이 실종되는 참사도 발생했다.

앞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와 태국.인도 등지에 몰아닥쳤던 쓰나미(지진 해일)로 최대 23만여 명이 숨지는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몰디브와 남태평양 투발루처럼 녹은 빙하 탓에 해수면이 높아져 바다 밑으로 잠길 위기에 처한 섬나라들도 생겨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대형 자연재해의 배후에 기후 변화가 숨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등이 주도해 97년 교토(京都)의정서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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