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사망 ‘웜비어’ 초강력 대북 금융제재법으로 부활

중앙일보

입력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대북 제재안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미 하원서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위한 대북 제재법안 통과 #北과 무역거래 관련 금융분야 제재에 초점, 최고 수위 제재 #해외 파견된 北 근로자 고용한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 #“김정은에 학대 당한 웜비어 기리기 위해 법안명 변경” #

 미 하원은 24일(현지기간)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법’(H.R.3898)을 본회의에서 찬성 415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이 제재안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애초 법안의 명칭은 앤디 바(공화당) 하원의원이 ‘2017 북한의 금융망 접근 차단법’으로 발의했지만 본회의에 제출되면서 ‘오토 웜비어 북한 핵 제재법’으로 변경됐다. 케빈 매키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표결에 앞서 “우리는 김정은에 의한 잔인한 취급을 받고 학대 당한 오토 웜비어를 기리는 차원에서 오늘 처리되는 대북제재법의 이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비인권 행위에 대한 규탄 의미까지 담은 것이다. 미 의회의 북한 관련 법안 중 사람 이름을 명기한 건 처음이다.

북한 여행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미국으로 송환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북한 여행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미국으로 송환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었던 웜비어는 지난해 1월 관광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17개월 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나 6일 만에 사망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웜비어를 심하게 고문해 이런 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고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미 의회 차원의 대북제재법 추진은 지난 7월 말 미 상원이 북한의 원유 수입 봉쇄 등 전방위 제재를 담은 대북제재 패키지법안인 ‘북한ㆍ러시아ㆍ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8월 2일 발효)시킨 후 추가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웜비어의 재판 사진. 북한최고재판소는 그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3월 공개된 웜비어의 재판 사진. 북한최고재판소는 그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기존 법은 ^북한의 원유ㆍ석유제품 수입 차단^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북한 선박과 유엔 대북제재를 거부하는 국가 선박의 운항 금지^북한 온라인 상품 거래 및 도박 사이트 차단 등 전방위 제재 조치를 포함했다. 에드 로이스(공화당)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으로 발의해 지난 5월 이미 하원에서 의결됐고 이후 상원에서 통과됐다.

이번 오토 웜비어 법안은 기존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과의 무역거래를 돕는 금융 분야의 제재에 초점을 뒀다. 북한 연관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 기관, 무역업체와 중개업자 등을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식이다. 특히 모든 규제를 행정부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제재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외국 기업 역시 금융 제재의 대상이다. 유엔 등에 따르면 현재 5만여 명의 북한 주민이 외화 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됐으며 김정은 정권은 이들의 급여 대부분을 몰수해 연간 3억 달러(약 34000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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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전문매체 워싱턴이그제미너는 이번 법안이 결국 북한과의 무역ㆍ금융거래가 가장 많은 중국을 타깃으로 한 거라고 해석했다.
이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미 재무부는 법이 발효된 지 45일 안에 법이 요구하는 제재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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