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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해 자살한 여군 딸 위해 직접 범인 찾아낸 아버지

중앙일보

입력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대한민국 해군에 복무하다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최근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는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군 당국 대신 범인을 찾아낸 한 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다.

2017년 5월 아버지는 멀쩡히 해군본부 대위로 복무하고 있던 딸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는 군 당국에 왜 딸이 죽었는지 물었지만, 군에서는 그저 "자살이다"라는 대답 뿐. 아버지는 서둘러 군이 서둘러 사건을 종결지으려 하는 것에 분노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던 딸이 갑자기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 길로 딸의 지난 행적을 좇기 시작했다.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그때 딸의 친구로부터 끔찍한 진실을 듣게 된다. 딸이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아버지는 직접 성폭행범을 찾아내 자백을 받아냈고, 직접 경찰에 범인을 인계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우리가 그렇게 안 했더라면 엄청난 시간이 걸렸겠죠"라며 무능한 군 당국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피해자는 2017년 2월 가해자를 포함한 3명과 함께 진해로 출장을 갔고 그날 네 사람은 피해자 방에서 술을 마시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 방으로 혼자 돌아와 성폭행을 저지른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16번의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1회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2017년 5월 딸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허망하게 죽은 딸을 보며 아버지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고, 단 몇 시간 만에 범인을 찾아냈다.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그렇다면 그동안 군 당국은 왜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까. 가해자는 피해자의 상관(대령)이었다. 성폭행당한 피해자(대위)를 보호하고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가 16번의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을 모두 가해자인 A대령이 했다. 심지어 병원비도 A대령이 계산했다. 심지어 정신과 치료 후 차에 태워 데려오는 와중에도 A 대령은 피해자를 다시 한번 성폭행했다.

상명하복이 명확한 군에서 피해자가 A대령 손아귀를 벗어나긴 힘들었다. 평소 업무를 하는 위치도 A대령이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바로 맞은 편이었다. 항상 A 대령 감시 속에 화장실 가서 구토하고 다시 업무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사진 JTBC '트리거-탐사보도스토리' 방송화면 캡처]

군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군에서 수사한다. 피해자는 이를 신뢰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생각이다. 또한 가해자가 자신보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대령'이라는 점도 그녀의 신고를 더욱 망설이게 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해군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피해자는 혹시나 이 사건이 잘못 알려져 자신의 군 생활에 치명적인 피해가 오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설령 가해자가 처벌받고 자신은 발령 조치된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친척은 "군내에서 정기적인 성교육, 상담 같은 게 있었다면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더 용기를 내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10월 16일 해군본부 군사법원은 1심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대령에게 징역 17년형을 선고했다. 해군 군사 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상습적인 성추행과 두 차례 성폭행이 자살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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