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프리미엄 1억을 2500만원으로 신고했더니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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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 109㎡ 규모의 아파트 분양권을 가지고 있는 A씨(53)는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 분양권을 7억7950만원에 팔았다고 신고했다. A씨가 분양을 받을 당시 이 아파트 가격은 7억5400만원선이었다. 25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만 받고 아파트를 팔았다고 신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실제 분양권 거래 가격은 8000만원에서 1억원 상당의 프리미엄이 붙은 8억3000만원~8억5000만원이었다.
경기도는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위반하고 A씨가 거래 가격을 허위 신고했다고 판단해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A씨는 "거짓 신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A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요청했다.

경기도, 분양권 급등지역 5곳 부동산 실거래가 조사 #실거래가 거짓신고 의심 사례 964건 조사해 103건 적발 #7000만~1억원 프리미엄 중 1000만~2000만원만 신고 #사실 인정한 14건 25명에겐 과태료 1억5000만원 부과 #거짓 신고 혐의 짙은 89건 178명은 세무조사 요청

부동산 실거래가를 거짓 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민들과 이를 도운 공인중개사 등이 무더기로 경기도에 적발됐다.
경기도는 지난 8월부터 2개월간 수원·화성·하남·광명·남양주 등 도내 아파트 분양권 급등지역 5곳을 대상으로 부동산 실거래가 거짓 신고 의심 사례 964건을 정밀하게 조사해 103건(203명)을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경기도청 전경 [사진 경기도]

이들 중 거짓 신고를 인정한 25명(14건)에겐 과태료 1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A씨 등 거짓 신고 혐의가 짙은 178명(89건)의 거래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해 증여세·양도세 탈루 등의 세무조사를 요청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시 30건, 화성시 30건, 하남시 30건, 광명시 9건, 남양주시 17건이다. 대부분 분양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신도시에서 적발됐다.
이들은 프리미엄이 아무리 높게 책정됐어도 거래 당사자가 소액이라고 주장하면 행정기관에서 거짓신고인지 입증하기 어려운 점을 노렸다.
화성시 동탄 2신도시의 B아파트와 광명시 일직동의 C아파트, 하남시 선동의 D아파트 등도 평균 프리미엄이 2000만~7000만원 정도 붙었는데도 1000만~2000만원만 신고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수원 등 일부 지역에선 공인중개사가 실거래가 조작에 가담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원시에 있는 E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0월 광교신도시에 있는 F씨(46)의 아파트를 6억8300만원에 거래했다고 신고했다. F씨의 아파트는 112㎡ 규모로 분양 당시 6억4300만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당시 평균 7000만원에서 1억원 상당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었다.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 거짓신고 당사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물론 이에 가담한 관련 공인중개사도 자격정지 및 등록취소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

국세청에 조사 의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 외 나머지 의심사례 861건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 혐의가 드러나면 2차로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거짓 신고 사실을 자진 신고한 당사자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의 50% 경감해 주는 등 자진 신고를 유도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동산거래 거짓신고의 경우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과열 현상으로 시세 차익에 따른 양도세 등을 적게 낼 목적으로 부동산 실거래를 거짓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특별조사를 하게 됐다"며 "혐의가 의심되지만 부인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선 국세청 조사를 통해 거짓신고 여부를 밝혀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632건(2849명)의 부동산 거래신고 위반사항을 적발해 7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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