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세탁기 괴롭히는 월풀, 시어스에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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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 세탁기의 미국내 판매를 저지하려는 월풀이 시어스 백화점에게 철퇴를 맞았다. 시어스 백화점과 계열인 K마트가 월풀 제품을 퇴출키로 한 것이다.
 시어스 모회사인 시어스 홀딩스는 지난주 “월풀의 가전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내부 메모를 각 매장에 전달했다고 CNBC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어스 백화점, 월풀 전 제품 판매 안하기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제품가격 악영향

시어스 백화점이 100년간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월풀과 결별했다. [AP=연합뉴스]

시어스 백화점이 100년간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월풀과 결별했다. [AP=연합뉴스]

시어스와 월풀은 100년 넘게 협력관계를 맺어온 사이다. 1916년에는 시어스를 통해서만 월풀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양사의 파트너십이 파기된 배경에는 월풀의 ‘갑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어스는 내부 메모에서 “월풀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악용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파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

시어스와 월풀의 파트너십 파기는 24일부터 즉시 효력을 발생해 시어스는 매장에서 월풀의 세탁기는 물론 각종 주방용품 전 품목을 들어냈다. 메이택ㆍ키친에이드ㆍ젠에어 등 월풀 계열 브랜드 제품이 모두 포함됐다.

CNBC는 “앞으로 시어스는 자체 브랜드인 켄모어를 비롯해 LGㆍ삼성ㆍGEㆍ프리지데어ㆍ일렉트로룩스ㆍ보쉬 등의 브랜드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어스는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상이 득세하면서 큰 타격을 받고 미국내 오프라인 매장을 대폭 폐쇄하고 있다. 존폐기로에 서있는 중에 월풀과 같은 100년 고객이 손목을 비틀자 관계를 청산해버린 것이다.

시어스 백화점에서 앞으로 온수기와 같은 월풀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AP=연합뉴스]

시어스 백화점에서 앞으로 온수기와 같은 월풀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AP=연합뉴스]

한편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의 일환으로 완제품과 부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요청한 상태다. 지난 19일 열린 공청회에서 삼성과 LG는 “무역법을 악용해 경쟁을 줄이려는 의도로,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실제 월풀은 판매하지도 않는 럭셔리 대형 세탁기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삼성과 LG 입장에서 시어스의 가전시장 점유율이 얼마되지 않아 시어스에서 월풀제품 퇴출로 눈에 띠는 시장 확대 성과를 얻기는 힘들지만, 월풀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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