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한다더니…전시회 구경 간 행안위 국회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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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24일 오후 2시쯤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지방경찰청 7층 회의실 남도마루. 국정감사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위원들을 위해 마련한 책상 위에는 업무보고 자료와 함께 필기도구와 메모지만 가지런히 준비돼 있었다.

행안위 감사2반, 수묵화 보느라 전남경찰청 감사 지각 #바뀐 일정에 공무원, 경찰관 등 우왕좌왕에 시간 허비 #감사반장 "전남경찰청에 계획 알렸고 현장 시찰 차원" 해명

국회 행안위 감사 2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남경찰청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전남도청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점심식사 이후인 오후 2시부터는 전남경찰청에서 국정감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전 국감을 시작할 무렵 일정을 바꿨다.

전남도와 목포시 등에 따르면 위원들 측은 점심식사 후 목포문화예술회관을 방문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 수묵화 작품 감상을 위해서라고 한다. 목포문예회관에서는 지난 13일부터 ‘2017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수묵의 여명-빛은 동방으로부터’를 주제로 한국과 중국ㆍ일본 등 9개국 200여 명이 참가한 전시회다.

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감사위원들의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전남도와 목포시 등 관계자들은 우왕좌왕해야 했다. 문화예술 담당 부서 직원 등 10여 명이 부랴부랴 위원들의 관람을 준비했다. 다른 업무 중 연락을 받은 일부 직원들은 감사위원들의 도착에 맞춰 목포문예회관 앞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전남경찰청에 대한 국감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른 아침부터 감사를 준비하던 전남경찰청의 각 부서장과 담당자들은 바뀐 일정에 따라 당초 국감 시작 예정 시각인 오후 2시부터 실제 시작 시각인 오후 3시 무렵까지 시간을 허비했다.

무엇보다 국감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당초 약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었다. 위원들은 이 시간도 다 쓰지 않고 오후 5시가 되지 않은 시점에 감사를 끝냈다. 위원들은 이날 오후 6시 목포역에서 KTX를 타고 용산역으로 상경할 예정이다.

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전남지방경찰청 국정감사장. 김호 기자

익명을 요구한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당일 피감기관 측에서 마련한 점심식사나 지역 명소 방문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느라 정작 감사에는 소홀한 구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감사를 한다는 점, 피감기관이 감사 준비에 많은 힘과 시간을 쏟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 2반의 진선미 감사반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남경찰청에 대한 감사 중 "목포문화예술회관 방문 일정은 전날 전남경찰청에 알렸고, 현장 시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2반 감사위원은 같은 당 김영진ㆍ김영춘(해양수산부 장관)ㆍ백재현ㆍ소병훈 의원, 자유한국당 박성중ㆍ유민봉ㆍ이영수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ㆍ이용호 의원,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 등 10명이다.
무안=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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