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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츠에 손가락 물린 50대 여성 입원 치료만 6주 받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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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독일 미용대회에 참가한 스피츠. 오른쪽은 왼쪽 엄지손가락을 스피츠에 물려 골수염 진단을 받고 6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상처 모습과 영상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독일 미용대회에 참가한 스피츠. 오른쪽은 왼쪽 엄지손가락을 스피츠에 물려 골수염 진단을 받고 6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상처 모습과 영상 사진.[연합뉴스]

독일산 반려견인 스피츠에 손가락을 물린 50대 여성이 입원 치료만 6주를 받은 끝에 완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탁관철 교수팀이 대한성형외과학회지 7월호에 투고한 논문에 따르면 A(59·여)씨는 왼쪽 엄지손가락을 스피츠에 물려 0.5㎝ 길이 상처가 난 채로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환자와 반려견은 각각 파상풍, 광견병 백신을 접종한 상태였다. A씨는 찢어진 상처에 가벼운 정도의 압통을 호소했다. X-선 검사에서도 아무런 뼈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환자에게 간단한 상처소독을 한 다음 항생제를 처방하고 퇴원했다.

 A씨는 4일이 지난 뒤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왼쪽 엄지손가락이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고 홍반과 압통, 관절 결림 등의 증상도 왔다. 환자는 ‘봉와직염’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 입원해 세균 배양 검사를 받았다.

 입원 뒤 1주일간 정맥주사 방식의 항생제 치료 끝에 A씨의 염증 증상은 개선됐다. 세균 배양에서 어떠한 세균도 나오지 않았다. A씨에게 1주일 치의 항생제를 처방하고 다시 퇴원했다.

 하지만 A씨가 상처 부위의 고통을 호소하며 또 진료를 받으러 왔다. 상처 부위에는 부어오름과 홍반 등의 증상이 관찰됐다. 결국 처음 상처가 발생한 후 4주 만에 X-선 검사를 다시 시행해 왼쪽 엄지손가락 끝 부분에 골 감소증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후 뼈 스캔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병행한 끝에 ‘급성 혈행성 골수염’ 진단을 내리고 재입원했다. 5주간에 걸쳐 항생제 치료를 받은 뒤 A씨는 경과가 호전돼 퇴원했다. 이어 7주 동안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았다. 12주가 지나서야 A씨에게 골수염 완치 판정을 받았다.

말티즈'에 물린 상처가 골수염으로 악화한 경우. 이 환자는 치료 1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연합뉴스]

말티즈'에 물린 상처가 골수염으로 악화한 경우. 이 환자는 치료 1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연합뉴스]

 논문에 인용된 B(34)씨는 기르던 말티즈에게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물려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응급실에서의 진단은 손가락 끝 마디뼈의 골절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상처 부위를 1차로 봉합한 후 퇴원시켰다.

 3일 뒤 B씨가 오른쪽 엄지손가락 피부가 괴사했다면서 병원을 다시 찾았다. 환자를 성형외과로 입원시켰지만 상처는 더욱 악화했다. 부상 10일이 지나 전신마취를 하고 부상 손가락 부위에 대한 괴사조직제거술과 개방골절술을 했다. 이런 치료에도 불구하고 부상 3주 후에는 뼈 스캔과 MRI검사에서 주변 뼈가 서서히 파괴되는 골용해와 골수염 증상도 관찰됐다.

2016 서리풀페스티벌 '반려견축제'에 참가한 말티즈 '구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2016 서리풀페스티벌 '반려견축제'에 참가한 말티즈 '구슬'.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중앙포토]

 B씨에게는 항생제를 5주간 정맥주사하고, 같은 성분의 먹는 약을 7주간 더 처방했다. 1년 후 뼈 스캔 결과 골수염은 완치됐으며, 손가락은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로 회복됐다.

 C(43·여)씨도 아메리칸 에스키모에게 오른쪽 손바닥(엄지손가락 밑 부분의 불룩한 부분)을 물려 1㎝가량 찢어진 채로 병원을 찾았다. 상처 주위에 가벼운 압통을 동반한 홍반이 관찰됐으며, 고름 같은 게 나왔다. 환자를 입원시킨 후 해당 부위를 마취한 상태에서 절개하고 고름을 짜냈다.

 급성 혈행성 골수염이 의심돼 항생제를 정맥주사 방식으로 5주간 투여했다. 또 먹는 항생제로 7주간 더 치료했다. 항생제 치료가 끝난 후 3상 뼈 스캔 결과, 골수염은 완치됐고 압통이나 부기 같은 다른 증상은 없었다.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은 논문에서 골수염이 주로 고양이에게 물린 후 나타나는 합병증이지만, 개에 물려 생긴 골수염은 고양이의 경우보다 치료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개에 물린 상처로 골수염이 발병한다면 광범위한 병리학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골수염은 약 2주간의 잠복기가 있고, 상처 부위에 대한 세균 배양에서도 절반에서만 병원균이 나타나 골수염 진단 자체가 어렵다.

 의료진은 “개에 물린 경우에는 초기에 상처 부위를 신중히 검사해야 한다”면서 “초기 검사에서 병원균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의사는 반드시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의 책임저자인 탁관철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지금까지 개 물림 사고를 입은 환자를 다수 치료한 경험에 비춰볼 때 개한테 물린 상처는 절대로 상처를 꿰매지 말아야 한다”며 “상처 부위가 크거나 미용상 문제로 피치 못해 꿰맬 경우에도 최대한 느슨하게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에 물리는 과정에서 입속에 있던 세균이 상처 부위를 통해 침범할 가능성이 있다. 상처를 먼저 꿰매버리면 세균이 고름 등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인체 내부에 퍼져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더욱 크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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