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병역기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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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례 1 : A씨(22)는 한국 국적을 보유한 상태로 미국시민권을 얻었다. 이중 국적자다. 그는 2004년 입영 신체검사를 앞두고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했다. 그러고는 미군에 자원입대해 독일 주둔 미군부대에 배치됐다. 그는 지난해 6월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가 병역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징병검사 연기 신청조차 하지 않았던 A씨를 병무청이 출국금지 조치했고, 공항에서 출국 직전 덜미가 잡힌 것이다. 그는 그해 6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뻔했지만, 미군 신분(일병)임이 감안돼 기소가 유예된 상태다.

하지만 병무청이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아 독일에 있는 부대로 복귀하지 못한 채 주한미군 부대에서 8개월째 발이 묶여 있다.

#사례 2 : B씨(21)는 주한미군에서 일병으로 복무 중인 미 영주권자다. 국적은 한국이다.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고등학교를 나온 뒤 출국허가도 받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입대했다. 그러고는 주한미군 부대에 배치됐다.

병무청은 입영 신체검사에 불참한 B씨의 소재를 파악하다 가족으로부터 주한미군에 근무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B씨의 근무 부대 등 정확한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한국의 병역의무는 기피한 채 미군에 입대한 이들의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법대로 하자니 자칫 한.미 간에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병역법 위반자를 허술하게 놓아줄 수도 없다.

법적으론 이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병역법에 '법률을 위반한 이중 국적자는 35세가 되는 해까지 징병검사를 받고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법을 적용해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관련자의 신분이 현역 미군인 데다 한.미 간의 정책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법대로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병무청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통보받은 뒤 현재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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