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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5년전 '물세례' 당한 이북도민 체육대회서 "민주주의가 미사일보다 강해"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해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 DJ 이후 16년만에 현직 대통령 직접 참석 #문 대통령 "민주주의가 北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해"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봉 등 정치·군사 상황과 분리"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효창운동장에서 개최된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2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효창운동장에서 개최된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문 대통령의 이날 체육대회 참석은 2001년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16년만이다. DJ는 1999년부터 3년 내리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초 전례에 따라 영상 메시지를 준비했는데, 지난주 문 대통령이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정이 변경됐다”며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DJ 이후 두 번째 사례로 아무래도 자신이 이북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라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그는 “선친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이다. 전쟁통에 남으로 피난해 흥남부두에서 거제도로, 부산으로, 뿌리 잃은 삶을 사시다가 끝내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올해 아흔이신 어머니의 동네는 흥남의 서쪽을 흐르는 성천강 바로 너머 함주군”이라며 “언젠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아버지 어머니 동네에서 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경남 거제로 피란했고, 문 대통령은 2년 뒤 거제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방문을 허용하자고 북에 제안했다. 만약 북이 어렵다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겠다고 문을 열었다”며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중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다.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인륜과 천륜을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고향방문이라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바람들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풀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이북5도청 중앙 부녀회 합창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이북5도청 중앙 부녀회 합창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제재와 외교를 병행한다는 자신의 대북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외교적 해법으로 남북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겠다”라며 “무모한 도발은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이 깨닫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흔들림 없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단계적이며 포괄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비교한 남한 사회의 강점으로 민주주의를 앞세웠다. 그는 “제 부모님이 그러했듯 이곳에 계신 이북도민 어르신, 탈북주민 모두를 대한민국의 품으로 이끈 것은 민주주의”라며 “이북도민도, 탈북주민도, 기업인도, 노동자도,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함께 사는 공동체다.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적 구별과 대립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화의 길을 선택한 탈북주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 이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가는 길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2012년 10월 14일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이북도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물병이 날라오자 경호원들이 문 후보를 감싸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선후보를 향해 "함경도 빨갱이 물러가라!", "친북종북세력 물러나라"며 손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중앙포토]

2012년 10월 14일 이북 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이북도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물병이 날라오자 경호원들이 문 후보를 감싸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선후보를 향해 "함경도 빨갱이 물러가라!", "친북종북세력 물러나라"며 손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중앙포토]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한 참가자가 던진 물병을 맞고 나서, 통증이 있는 듯 물병에 맞은 부위를 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한 참가자가 던진 물병을 맞고 나서, 통증이 있는 듯 물병에 맞은 부위를 만지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2012년에도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대선에서 경쟁하던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가 시차를 두고 개막식에 참석했었다. 당시 문 후보는 보수성향 참석자들에게 “개XX, 종북 아니냐”는 등의 욕설과 함께 물병 세례를 받으며 35분 만에 행사장을 빠져나갔고, 반면 박근혜 당시 후보는 참석자들에게서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받으며 대조를 이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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