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 속도전 당내 시끌... "바늘 허리에 실 매랴"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바쁘더라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맬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사공정규 시도당위원장협의회장의 사퇴 입장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20일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사공정규 시도당위원장협의회장의 사퇴 입장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 측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연일 통합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가 여론조사 이후에 여러 의원하고 접촉도 해서 물어봤다”며 “사실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에 약 30명 정도가 바른정당하고 정책연대, 가능하다면 통합까지 찬성하는 거로 그렇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건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당내 호남 중진들이다. 유성엽 의원도 통합에 부정적이다. 이날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햇볕정책을 버리면 강경대북정책이 오고 호남을 버리면 영남이 올까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천정배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아무리 지지율이 바닥을 친들, 목욕물 버리며 애까지 버릴 수 있나”라며 “존재 기반을 내주고 얻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당내 주된 의견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의 회동도 계속해서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내에서도 통합에 대해서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통합논의를 끌고 가는 입장에서는 12월까지는 통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유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속도전에 당내에서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우리당에서는 공식적인 논의가 없이 (통합논의) 제안이 바른정당에 전달됐다”며 “아무리 바쁘다 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맬 수 없다. 공적 논의가 책임 있는 정당 논의의 기본이다”고 말했다. 통합에 찬성하는 호남 중진 의원도 “국정감사 중인 지금은 조용히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너무 거칠게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당 대표가 직접 나서 여론전을 하며 밀어붙인다면 이거야 말로 안 대표가 반대하는 패권주의가 아니고 뭐냐”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 하기로 했다”며 “(당내 여론에 대해서)아직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은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만나서 직접 이야기해봐야 한다”면서도 “아직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