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오늘의 한국을 일군 거대한 힘을 마주한다. 바로 한국 전통의 보고(寶庫)인 노인세대다. 출근길에 노인의 오랜 쉼터이자 역사적 장소인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지나친다. 탑골공원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는 각종 음식과 서비스, 다양한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큰 시설이다.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지어 개관을 기다리는 광경에 놀라곤 한다.
이 근처에 사는 나는 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고 봉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친구들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Korea Legacy Committee, 한국유산위원회라는 뜻)’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센터를 찾아가 정기적으로 봉사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일 외에 센터 운영을 돕는 모금도 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노인들은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 놀랍도록 활동적이다. 서울 은평구나 경기도 일산 등 꽤 멀리서 온다. 그래서 센터는 온종일 붐빈다. 운동·노래·인터넷·당구·탁구를 하거나 요리 강습, 라디오 청취, 작품 전시, 심지어 영화 제작까지 할 수 있는 방들이 있는데 대개 가득 찬다. 일산에서 온 90세 어르신은 영화에 출연하고 감독까지 했다. 복도와 계단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한 직원에게 묻자 “그저 열린 공간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즐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 노인의 활력은 인상적이다. 미국의 상당수 노인센터에서 마주치는, 축 처져 보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둘째, 상당수 어르신이 빈곤과 고투를 벌인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 센터는 매일 2000명이 넘는 노인에게 음식을 제공하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줄이 건물을 한 바퀴 돌 만큼 길다. 한 직원은 “어떤 어르신은 식사량이 엄청난데 알고 보니 하루에 딱 한 끼인 식사이더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세대 거의 절반(49%)이 상대적 빈곤상태라고 한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노인 자살률도 오래전부터 가장 높다.
한국 노인의 놀라운 활력과 우울한 빈곤은 슬픈 대조를 이룬다. 내 친구들이 이 나라 노인세대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돕는 봉사단체를 만든 동기다. 한국 사회가 하나가 되어 노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