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활력과 빈곤 한국 노인세대에 두 번 놀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6면

마크 테토 미국인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마크 테토 미국인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나는 매일 아침 오늘의 한국을 일군 거대한 힘을 마주한다. 바로 한국 전통의 보고(寶庫)인 노인세대다. 출근길에 노인의 오랜 쉼터이자 역사적 장소인 서울 종로 탑골공원을 지나친다. 탑골공원 인근 서울노인복지센터는 각종 음식과 서비스, 다양한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큰 시설이다.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지어 개관을 기다리는 광경에 놀라곤 한다.

이 근처에 사는 나는 센터를 방문해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고 봉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친구들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Korea Legacy Committee, 한국유산위원회라는 뜻)’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센터를 찾아가 정기적으로 봉사하고 음식을 제공하는 일 외에 센터 운영을 돕는 모금도 한다.

비정상의 눈 10/19

비정상의 눈 10/19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노인들은 두 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 놀랍도록 활동적이다. 서울 은평구나 경기도 일산 등 꽤 멀리서 온다. 그래서 센터는 온종일 붐빈다. 운동·노래·인터넷·당구·탁구를 하거나 요리 강습, 라디오 청취, 작품 전시, 심지어 영화 제작까지 할 수 있는 방들이 있는데 대개 가득 찬다. 일산에서 온 90세 어르신은 영화에 출연하고 감독까지 했다. 복도와 계단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한 직원에게 묻자 “그저 열린 공간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즐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곳 노인의 활력은 인상적이다. 미국의 상당수 노인센터에서 마주치는, 축 처져 보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둘째, 상당수 어르신이 빈곤과 고투를 벌인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 센터는 매일 2000명이 넘는 노인에게 음식을 제공하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줄이 건물을 한 바퀴 돌 만큼 길다. 한 직원은 “어떤 어르신은 식사량이 엄청난데 알고 보니 하루에 딱 한 끼인 식사이더라”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65세 이상 한국 노인세대 거의 절반(49%)이 상대적 빈곤상태라고 한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노인 자살률도 오래전부터 가장 높다.

한국 노인의 놀라운 활력과 우울한 빈곤은 슬픈 대조를 이룬다. 내 친구들이 이 나라 노인세대와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돕는 봉사단체를 만든 동기다. 한국 사회가 하나가 되어 노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