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 조영남 1심 사기 유죄…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중앙일보

입력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다른 화가에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해 판매한 혐의(사기) 등으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이강호 판사)는 조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조영남은 원래 본업인 가수 뿐 아니라 화가로 활동하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창작활동 이어가던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해던 대다수 일반 대중은 물론 구매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또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에 혼란을 줬다”고 말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피고인들의 사건 범행은 절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피해액이 1억8000만원으로 상당히 크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동종의 비슷한 전력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이런 일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는 피고인들의 경솔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위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양형의 이유를 전하며 “조영남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또 2년의 집행유예를 내린다”고 선고했다.

 다만 조영남이 고령이고, 작위적인 사기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를 받은 조영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무명화가 송모씨는 2009년부터 조영남을 대신해 그림을 그렸다고 지난해 5월 폭로했다. 검찰은 조영남이 대작화가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21점을 17명에게 판매해 1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조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가 그림을 구매한 사람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었고 피해자 20명에 대한 피해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당초 조씨의 선고는 지난 2월 8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미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결심 공판에서도 같은 형을 구형했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씨는 지난 8월 최후 진술에서 “미술 단체 11곳이 저를 고소한 사건이 이 (형사)사건보다 더 큰 걱정이었는데 최근 각하 결정돼 큰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 사건 판결이 저한테 불리하게 나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세계적인 미술가냐 국내 미술가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 광주비엔날레라는 세계적 미술축제에 초대받은 사실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시 결심 공판에는 진중권(54) 동양대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진 교수는 ‘화가는 조수를 쓰면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무식한 소리”라고 비판하며 조씨에 유리한 증언을 내놨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씨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 교수는 1982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해 92년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학 오디세이』나 『진중권의 현대미학강의』 등 미학 관련 저서도 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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