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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요원 협조 영화 ‘공조’ 북한서 상영하면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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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리버 스톤

올리버 스톤

“아시아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놀랐다. 특히 서민과 노동자의 힘겨운 삶을 밀도 있게 그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치 영화의 거장 올리버 스톤 #“영화는 관계 개선, 평화 추구 힘 있어 #서민들 삶 다룬 아시아 영화 인상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내한한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71·사진)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중국·이란·인도 등 많은 아시아 영화에서 좌절과 희망의 부재를 다루고 있었다”며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비추어봐도 세기의 종말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서민의 힘겨운 삶에 관해 얘기하지 않고, 전쟁과 군국주의를 판타지화한 영화만 제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톤 감독은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한 ‘플래툰’(1986), 워터게이트 사건을 그린 ‘닉슨’(1995) 등 논쟁적인 주제를 다뤄왔다. 최근엔 CI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그린 ‘스노든’(2016),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더 푸틴 인터뷰’(2017) 등을 연출했다. 정치영화의 거장답게, 국제 정세를 묻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다. 미국은 전 세계 미군 기지를 활용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벌이는 말의 공방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현대사, 글로벌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이를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나 TV 시리즈로 만들고 싶다.”
한국을 둘러싼 지금의 국제 정세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나.
“내일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그린 ‘소성리’(박배일 감독)를 볼 생각이다. 사드는 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사실 북한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란 주장도 있다. 나는 이것이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미국의 의도대로 한국이 미국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항상 자국 본토를 보호하려 하지만,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내 아내가 한국인이고 아내의 친척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상황이 악화되어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문명이 파괴될까봐 우려스럽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가 중국에서는 검열 때문에 개봉하지 못했다.
“별로 놀랍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 하의 중국은 가장 강경한 것 같다. 내 영화도 중국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사고의 경직성은 중국에게 궁극적으로 손해다. 표현의 자유는 한 사회가 성장하는 핵심이다.”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남북한 요원이 공조 수사를 벌이는 코미디 영화 ‘공조’(김성훈 감독)를 재밌게 봤다. 영화는 사람간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힘이 있다. 이 영화를 북한에서 상영하면 어떨까.” 

부산=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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