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검 "박 전 대통령은 헌법 수호 의무 저버린 블랙리스트 공범"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조 전 장관은 지난 7월 27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82일만에 법정에 나왔다. 김경록 기자

17일 오전 서울고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조 전 장관은 지난 7월 27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82일만에 법정에 나왔다. 김경록 기자

"헌법 7조 1항은 공무원은 특정 정당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업무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파에 따라 지원을 배제한 것은 위헌입니다."

특검, "좌파 배제 기조 만든 대통령" #"조윤선만 몰랐다는 건 납득 안 돼" #趙 변호인, "조 전 장관은 이념 중도" #특검, "이념 아니라 지시 따른 것"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1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오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다.

특검팀은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이었고, 이런 문제인식에서 '좌파배제 우파지원'의 국정기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서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명백한 법리 오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이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 비판적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자의적 처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배제 조치에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와 견해를 같이하고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지 말라는 관념이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 수호를 저버린 명백한 위헌적 행위"라는 것이 특검팀의 주장이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조윤선 전 장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새로 임명된 조 전 장관이 장관 임명장을 받은 날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조윤선 전 장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새로 임명된 조 전 장관이 장관 임명장을 받은 날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검팀은 1심에서 국회 위증죄를 제외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주요 현안에 대해 지시가 계속되던 중 정무수석비서관에 부임했기 때문에 충분히 파악하고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고 말했다.이어 "지원배제 업무는 1회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누락 없이 인수인계됐음에도 유독 조 전 장관만 몰랐다고 본 1심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7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 이날 처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참여한 조 전 장관은 피고인들 중 가장 긴 시간 동안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의 발단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인터뷰 등에서 '조윤선 정무수석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이 증언하기를 블랙리스트를 받아 본 시점이 2014년 6월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5월이 맞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부임하기 이전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변호인께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유 전 장관의 착각에 의한 진술 때문에 조 전 장관의 수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최순실씨의 최측근 고영태씨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 중 '좌파 인사 배제'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이를 단서로 자료 수집 결과 전 정부적 차원에서 대통령 이하 청와대 참모진들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진행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개시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김기춘 피고인도 1심 재판과정에서 '조윤선은 이념적으로 중도다, 이념적인 일이 있더라도 조윤선에게 맡기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면서 평소 편가르기에 반대하는 소신을 가져온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강요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 지원에 대해 변함없는 소신을 갖고 있었고 지난해 짧게 문체부 장관으로 근무하면서는 검열 문제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하려 했다"는 것이 변호인의 반박 논리다.

지난 16일서울중앙지법이 구속연장결정을 내린 뒤 열린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서울중앙지법이 구속연장결정을 내린 뒤 열린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 사건은 평소 개인적 소신과는 무관한 문제다"면서 "이번 사건에 관여한 공범들 중 본인 소신에 맞아서, 좋아서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계자 업무수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지원배제와 관련해 수차례 언급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식의 범행이 대통령의 생각에 반해 일부 참모들의 의지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정점이자 공범임을 강조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