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 사드·경제 분리 ‘흑묘백묘’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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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오찬 도중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기재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오찬 도중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기재부]

한국과 중국이 원화와 위안화를 맞교환하는 통화스와프 연장에 합의했다.

3600억 위안 규모 3년 계약 합의 #“협력할 건 협력” 투 트랙 전략인 듯 #한·중 정상회담 추진 탄력 기대감 #11월 미·중 정상회담 앞둔 것도 작용 #한국과 갈등 지속 부담됐을 가능성 #일각선 “획기적 국면 전환 힘들 것”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10일 합의했으며 이는 연장 합의와 같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3600억 위안)와 만기(3년)는 종전과 동일하다. <중앙일보 10월 10일자 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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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양국 갈등이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되면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물꼬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쥐를 잡는 데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① 정상회담에 속도 붙을까=정부는 이달 18일 중국 공산당대회를 기점으로 한·중 정상회담 추진 등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는 “사드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에 대해 이대로 갈 순 없다”며 “사드 문제로 인해 양국 간 경제 관계가 지금처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양국에서 모두 커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한·중 관계가 금년 말 전에 뚫릴 것”이라며 “연말 정도 되면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중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사드로 인한 갈등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고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해서라도 그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지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고 보고 있다. 2022년엔 베이징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없지 않다.

② 사드 갈등, 잠수할까=현재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양국이 입장 차를 좁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7일 사드를 임시 배치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의 요구대로 사드 철회 입장으로 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역시 11월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있는 등 이 문제로 한국과 계속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도 이렇게 어려운 관계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대외적으로 사드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일단 협력할 건 하자는 식의 투 트랙 접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③ 북핵 대응 협력 공간 넓어지나=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공간이 넓어진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데다 중국도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라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스와프 연장 체결에도 불구하고 관계 회복을 단언하기 섣부른 것도 사실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연장 하나만으로 아주 획기적인 국면 전환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소한 중국의 입장에선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올해 초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종료를 통보했었다.

중국은 정치·외교적 해석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통화스와프 관련 논평을 요청하는 질문에 “(담당 기구인) 인민은행에 문의하라”고 답했다.

하현옥·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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