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소식에 은행주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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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주가 '인수.합병(M&A)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 은행과 투자펀드가 한미.외환.하나은행의 지분을 인수했거나 인수할 예정이어서 경영권 변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보유 중인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국내외에 매각하는 작업도 연말께부터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A 관심 높아진 은행주=외환은행은 27일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지분 51%와 경영권을 양도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하나은행은 자사주 보유지분 18.6% 중 15%를 일본 신세이(新星)은행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졌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은행들의 잇따른 지분매각으로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에서 M&A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 이사도 "한미.외환.하나은행에 이어 하반기에는 국민은행.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정부보유 지분 매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은행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M&A가 하반기 최대 테마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지분 86.8%를 연내 50% 이하로 낮춰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국민은행에 대한 지분 9.33%도 국내외에 매각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지분매각 추진에 대해서도 국내외 증권사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매각가격을 5천5백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최대 1.1%포인트 상승해 자기자본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LG투자증권은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신세이은행이 지분을 인수할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하나은행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알리안츠나 동원과 같은 기존 주주의 반발이 예상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주 일제히 강세=외환.하나은행의 지분매각 소식에 이날 증시에서는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시중은행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외환은행의 주가는 이틀간의 약세를 멈추고 2백원(4.87%) 상승한 4천3백10원으로, 하나은행은 8백원(5%) 오른 1만6천5백5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1개월간 외환은행은 지수 대비 6.5%포인트, 한미은행은 20.5%포인트 각각 추가 상승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한국의 은행주들이 아시아 국가의 어떤 은행보다 저평가돼 있다며 비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LG투자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은행주들이 추가 상승할 여지는 남아있지만 상승 기간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시장이 많이 성숙해져 투자자들은 M&A 자체보다는 그 이후 순이익 증가 등 경영 성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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