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짤]강경화 장관은 메모광?, 국감장에서 바삐 움직인 연두색 필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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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2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2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임성남 1차관, 조현 2차관 등 외교부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 장관이 메모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노란색 메모용지에 연두색 필기구를 사용해 유독 눈에 더 띄었다.

다른 상임위에 참석한 장관들도 더러 메모를 하기는 하지만, 강 장관은 거의 매 질의마다 습관적으로 펜을 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주 메모를 한다. 앞서 외통위 현안보고에 참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도 연두색 필기구가 바쁘게 움직였다.

연두색 필기구를 든 채로 질의를 경청하는 강경화 장관. [연합뉴스]

연두색 필기구를 든 채로 질의를 경청하는 강경화 장관. [연합뉴스]

질문에 충실한 답변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강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을 담당하면서 외교부에 발을 디뎠다. 그때의 습관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한다.

원혜영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는 강경화 장관. 박유미 기자

원혜영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는 강경화 장관. 박유미 기자

외교부 관계자는 “취임 초반에 국회에서 가급적 적지 말고 의원들을 바라보며 말씀하라고 조언 드렸는데,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영어를 쓰면서 10년을 살았고, 의원들이 말도 많이 하는 만큼 적어가며 들어야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경환 의원의 질의에 메모하며 듣고 있는 강경화 장관. 박유미 기자

최경환 의원의 질의에 메모하며 듣고 있는 강경화 장관. 박유미 기자

이날 강 장관은 회의장 밖에서 기자와 만나 “고치려고는 하는데 잘 안 된다”며 웃었다. 장관의 영향 때문인지 이날 강 장관의 뒷자석에 앉은 간부들 중에서도 ‘메모광’으로 보이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12일 오전 국회 외통위 시작 1시간 반 만에 빼곡해진 한 외교부 간부의 메모지. 박유미 기자

12일 오전 국회 외통위 시작 1시간 반 만에 빼곡해진 한 외교부 간부의 메모지. 박유미 기자

강 장관은 그간 외통위에 참석해서는 “그 말씀이 맞습니다만”, “일리가 있습니다만”과 같은 영어식 수사를 말머리에 사용하곤 했다. 야당의원들은 이 말만 잘라서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공격의 빌미로 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날 국감장에서 강 장관은 “대북제재의 시늉만 하고 있다. 코리아패싱, 심지어 대통령까지 패싱한다는 말이 나온다”(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는 지적에 “코리아 패싱은 있을 수도 없고, 없는 얘기다”며 목소리 톤을 높여 단호한 대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장관이 본인의 역할을 모른다(한국당 윤영석 의원)”는 추궁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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