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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 “카터, 방북하려면 정부 승인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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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미 카터

지미 카터

지미 카터(93·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방북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 국무부가 10일(현지시간) “방북하더라도 미국 정부 대표 자격이 아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만약 가게 된다면 미국 정부의 환송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 이야기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허용할지 자체에 대해서도 그는 “미리 예단하고 싶지 않고,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 소관을 넘어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희망은 지난달 28일 조지아주 자택에서 그를 만난 박한식(78) 조지아대 명예교수가 “카터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전격 방북해 극적 반전을 끌어냈던 것처럼 생전에 다시 한번 엄중한 상황을 풀기 위한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고 전하면서 공개됐다.

카터 전 대통령 본인도 지난 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내가 북한 지도자에게서 알아낸 것’이란 글에서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나 좀 더 강력한 경제제재 등은 현재의 위기를 끝낼 즉각적인 길이 되지 못한다”며 “미국 정부는 북한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방북하겠다는 직접적 표현은 빠졌지만 방북 희망을 담은 글이었고, 기고문을 쓴 배경과 방북 의사는 북한에도 전달됐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6월 판문점을 통해 방북,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개인 자격의 방문이었지만 김 주석과의 논의 내용은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바로 전해졌다. 이후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의 북·미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미 정부는 정부 대표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 예우를 갖췄다.

카터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북한 측으로부터 방북해도 좋다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나워트 대변인의 반응처럼 미 정부 역시 반기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두어 차례 방북 의사를 전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문제는 현직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알아서 하겠다(Leave me alone)’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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