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성장통 겪은 리디아 고 “바꾼 샷, 자신감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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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2일 열리는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리디아 고. [사진 PXG]

12일 열리는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리디아 고. [사진 PXG]

“추석 때는 양념치킨을 먹었고요. 시장에 가서 빈대떡도 사먹었어요. 하하.”

오늘부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한동안 슬럼프 딛고 최근 상승세 #“심리적 부담 더 털어내는 게 중요 #장점 살려 좋은 경기 하고 싶어”

12일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리디아 고(20·뉴질랜드)는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개막을 앞두고 10일 인천 송도 네스트호텔에서 만난 리디아 고는 “추석 당일인 4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는데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서 걱정했다. 그래도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동안 부진했던 리디아 고는 지난달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2위, 지난달 17일 끝난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 6~8월 사이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모습이었다.

2014년 LPGA 최연소 신인상(만 17세7개월), 85주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던 그는 만 20세가 된 올해 초, 클럽과 코치, 캐디를 모두 바꿨다.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는 말까지 들을 만큼 큰 모험이었다. 이 때문인지 리디아 고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7일 뉴질랜드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최근엔 ‘내가 왜 잘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스트레스를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온 리디아 고는 최근 상승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클럽을 처음 바꿨을 때부터 아이언과 드라이버 등의 탄도가 높아져 크게 만족했다. 결국 내가 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좀 더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면서 “심리적인 부담을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PGA 투어에서 통산 14승을 거뒀지만 리디아 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꼽은 건 지난해 8월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었다. 리디아 고는 리우올림픽 당시 3라운드 8번 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리디아 고는 “그 샷은 내 인생의 샷이라 할 만 했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닮고 싶은 남자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리키 파울러(미국)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12일 개막하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전인지(23)·최혜진(18·롯데) 등과 동반 라운드한다. 2014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했던 리디아 고는 2015년엔 공동 4위에 올랐지만 2014년(29위)과 지난해(공동 51위) 대회 때는 부진한 편이었다. 올해 아직 우승을 거두지 못한 리디아 고는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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