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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위해 고향도 안 갔던 메시, '벼랑 끝' 아르헨티나 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콰도르전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활짝 웃으며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리오넬 메시. [키토 AP=연합뉴스]

에콰도르전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활짝 웃으며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리오넬 메시. [키토 AP=연합뉴스]

 역시 '축구 스타'다웠다.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가 벼랑 끝에 몰렸던 조국 아르헨티나를 구해냈다. 아르헨티나는 힘겹게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탈락 위기 몰렸던 아르헨티나 #'고지대' 에콰도르 원정서 3-1 역전승...극적인 본선 진출 #뒤집기 승리 이끈 메시, 해트트릭으로 '구세주' 역할 톡톡히 해

아르헨티나는 11일 에콰도르 키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아타우알파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18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린 메시를 앞세워서 에콰도르에 3-1로 역전승했다. 최근 예선 4경기에서 연속 무승(3무1패)에 그쳤던 아르헨티나는 최종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28점(7승7무4패)을 확보하고 3위로 월드컵 남미 예선을 통과했다. 6위로 탈락한 칠레(승점 26)와는 승점 차가 단 2점 밖에 안 났던 치열한 경쟁에서 힘겹게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아르헨티나의 분위기는 나빴다. 17경기를 치르면서 6승7무4패에 그쳤던 아르헨티나는 에콰도르와 만나 비기거나 질 경우, 탈락할 확률이 높았다.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은 1~4위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5위 팀은 오세아니아 1위 뉴질랜드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 여부를 가려야 했다. 6위 팀은 플레이오프도 밟지 못하고 탈락한다. 이 때문에 메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4경기에서 무승을 거두면서 한 골도 넣지 못했던 메시는 에콰도르전에 온전히 힘을 쏟으려 했다. 소속팀 동료가 뛰는 스페인 대표 선수들의 경기조차 보지 않을 정도였고, 메시의 측근은 "17차전 페루전을 마치고, 휴식이 주어졌을 때 메시는 (고향인) 로사리오로 외출마저 하지 않았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월드컵 우승을 바란다"고 전했다.

에콰도르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 없이 공을 집고 달리는 리오넬 메시. [키토 AP=연합뉴스]

에콰도르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 없이 공을 집고 달리는 리오넬 메시. [키토 AP=연합뉴스]

에콰도르 원정은 원정 팀 입장에서 힘든 곳으로 꼽힌다. 해발 2800m 고지대에 있는 키토의 위치상 평지보다 산소가 약 30% 가량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콰도르는 이번 예선에서 거둔 6승 중 4승을 홈에서 거뒀다. 그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는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에콰도르에 이른 시간에 리드를 허용했다. 전반 1분 만에 로마리오 이바라에게 문전 돌파를 허용하면서 선제골을 내준 것. 그러나 이때 메시의 발끝이 빛났다. 전반 11분 만에 직접 공을 몰고 왼 측면에 있던 앙헬 디 마리아에게 내준 뒤, 곧바로 문전으로 쇄도해 디 마리아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공을 집은 뒤 곧바로 제 자리로 돌아간 메시는 전반 18분에 다시 골문을 갈랐다. 상대 수비수가 소유하고 있던 공을 가로챈 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역전에 성공하고나서야 메시는 크게 환호하면서 골을 자축했다. 최근 남미 예선에서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아르헨티나를 구해낸 골이었다. 후반 들어 에콰도르가 파상공세를 펴면서 몰아부칠 때, 메시는 또한번 골을 터뜨렸다. 후반 17분 아크 부근에서 공을 몰고가다 상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슈팅을 시도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한동안 표정이 굳었던 메시는 그제서야 웃음을 지어보였다.

에콰도르전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에 두 팔을 위로 뻗으면서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메시의 뒷모습. [키토 AP=연합뉴스]

에콰도르전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에 두 팔을 위로 뻗으면서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메시의 뒷모습. [키토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에선 브라질(승점 41), 우루과이(승점 31),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승점 27)가 본선 직행을 확정했다. 콜롬비아와 1-1로 비긴 페루(승점 26)는 5위로 뉴질랜드와 다음달 플레이오프를 통해 러시아행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브라질에 0-3으로 패하면서 승점 26점에 머무른 칠레는 페루에 골득실(페루 +1, 칠레 -1)에서 밀려 3위에서 6위로 추락하고 탈락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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