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실기실ㆍ겨울엔 붓도 꽁꽁…예술대 학생들 “타계열보다 등록금 100만원 이상 왜 비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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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등록금대책위가 공개한 ‘예술대학생 실습 환경 실태’. [사진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

예술대등록금대책위가 공개한 ‘예술대학생 실습 환경 실태’. [사진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

미술ㆍ디자인을 전공하는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다른 계열 학생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다며 “타계열에 비해 100만원 이상 비싼 예술계열 등록금의 산정근거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예술대등록금대책위 #“100만원 넘는 등록금 사용처 불명확” # “실습비, 등록금의 10% 내외로 사용” # “사용처 공개하고 등록금 학생 위해 써야” # “학교의 자의적 결정이 큰 문제”

홍익대 미대 등 전국 15개 대학의 예술계열 단과대 학생회로 구성된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원회와 반값등록금운동본부 등은 10일 서울 홍익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은 계열별 차등등록금을 완화하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라도 예술계열 학생들은 다른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보다 등록금을 32만8000∼165만원 더 내고 있다”며 “하지만 예술대의 비싼 등록금은 산정 근거가 없고 개인의 꿈이 소득수준에 따라 정해지는 사회적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문ㆍ사회계열에 비해 평균 100만원 가까이 추가로 등록금을 내는데도 학교로부터 돌려받는 실험ㆍ실습 금액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좁은 실기실에 다닥다닥 붙어서 그림을 그렸고, 겨울엔 붓이 얼어붙을 정도로 난방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실습 환경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계열별 차등 등록금 실태 고발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민준 예술대학생등록금대위 임시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계열별 차등 등록금 실태 고발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신민준 예술대학생등록금대위 임시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예술계열 25개 사립대학의 올해 평균 등록금은 451만원으로 인문계열보다 14% 더 비쌌고, 25개 국립대학 평균 등록금도 인문계열보다 10%가량 비쌌다. 개별 대학 중에서는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가 522만원으로 사립대학 중 가장 비쌌고, 서울대 미술대가 369만원으로 국립대학 중 가장 비쌌다.

이들이 이날 정보공개청구와 결산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홍익대ㆍ국민여대ㆍ숙명여대ㆍ서울과학기술대 예술대 실습비 배정 내역에 따르면 실제 실습비로 사용되는 금액은 15만~21만원으로 전체 등록금의 20% 내외였다. 이에 “학생 1명당 100만원씩 5000여명에게 등록금을 더 거두는데 임대료와 인건비로만 50억을 쓸 리가 있느냐”며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9월 20일부터 한 달간 예술계열 대학생 60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값비싼 등록금이 학생에게 적합하게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5.7%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이들은 “자연ㆍ인문 계열만 구분하던 과거에는 차등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계열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면서 “정부와 각 대학은 등록금 차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금 인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전국 예술대학생들로 구성된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가 계열별 차등 등록금 실태 고발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전국 예술대학생들로 구성된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가 계열별 차등 등록금 실태 고발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비싼 등록금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지난달 20일부터 예술계열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참여한 학생 6065명 중 39.2%가 학자금 등을 대출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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