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스위스서 성폭행 혐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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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영화 '피아니스트' 촬영 당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사진 imdb]

2002년 영화 '피아니스트' 촬영 당시 로만 폴란스키 감독. [사진 imdb]

영화 '피아니스트'의 감독 로만 폴란스키(84)가 또다시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폴란스키 감독이 성폭행 혐의로 고소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모두 과거 범죄 혐의가 드러난 케이스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미 미국에서 저지른 성폭행 사건의 처벌을 피해 40년째 피해 다니는 도망자 신분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검찰은 독일 출신으로 배우 활동을 했던 레나터랑어(61)가 폴란스키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장크트갈렌 검찰청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이 수사 요건에 부합한다며 이날 사건을 정식 배당했다. 랑어는 1972년 15살 당시 스위스 그슈타스에서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폴란스키 감독을 고소, 지난달 스위스 검찰에 피해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는 15년(DNA 증거가 있는 경우 최장 25년)이지만 스위스의 경우 따로 공소시효를 두고 있지 않다.

랑어는 폴란스키 감독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고소한 네 번째 여성이다.

앞서 폴란스키는 1977년 3월 미국 LA에 있는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당시 13세인 서맨사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받았다. 하지만 법원이 플리바겐(유죄인정 후 감형)을 기각하자 미국을 벗어나 지금까지 도피생활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첫 피해자인 가이머가 폴란스키 감독이 충분히 벌을 받았다며 사건을 종결해달라는 탄원서가 세간에 알려지자 최근 폴란스키 감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다른 피해자의 주장이 이어졌다. 올해 8월에는 로빈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LA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73년 폴란스키 감독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여성 1명 역시 같은 주장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폴란스키 감독은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폴란드 이중 국적자인 폴란스키 감독은 첫 사건이 알려진 후에도 2003년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고, 55회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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