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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뺑소니로 얽힌 추선희, 원세훈 악연…오늘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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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중앙포토]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중앙포토]

10일 검찰에 소환되는 추선희(58)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의 ‘인연’을 언급하는 검찰 진술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秋 가족 뺑소니 사고나자 #원세훈 "훌륭한 분이 억울한 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특별 관리' #검찰, 10일 소환 뒤 영장 청구 방침

국정원과 보수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추 총장의 가족 중 한 명이 뺑소니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고, 추 총장은 ‘범인을 잡아달라’는 청원 글을 청와대 게시판 등에 올렸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원 전 원장은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2006년 출범한 어버이연합은 당시 보수 색채가 짙은 활동을 벌였지만 크게 주목을 받는 단체는 아니었다. 2009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시민단체 ‘희망과 대안’ 창립식 개최를 방해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 선언장에 난입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뺑소니 사고에 대해 관심을 보인 원 전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고, 국정원의 ‘특별관리’ 대상이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국정원 측에선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추 총장과 직접 접촉했다. 추 총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9월 23일자 8면)에서 “2010~2011년 죽전 휴게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40대 남성을 만나 한 번에 200만~300만원씩 10회가량 후원금을 받았다. 이 남성이 민 전 단장인지는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의 일반 직원이 아닌 단장이 보수 단체 관계자에 대한 ‘직접 관리’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2015년 남북 고위급 협상이 열린 가운데 통일대교 앞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어버이연합 회원들 . [중앙포토]

2015년 남북 고위급 협상이 열린 가운데 통일대교 앞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어버이연합 회원들 . [중앙포토]

추 총장은 이후 정권 지지 및 야당 정치인 공격을 위한 오프라인 집회의 선봉에 섰다. 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유력 정치인과 배우 문성근씨 등이 어버이연합의 주요 타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노인 위주로 구성된 조직의 특성이 국정원 공작의 방향성과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는 10일 추 총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그는 국정원법 위반(정치 관여)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 총장을 국정원 정치개입 사태의 핵심 공범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 총장에 대한 국정원의 자금 지원 정황을 보여주는 영수증과 서류 문건을 확보했다.

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어버이연합이 연루된 ‘화이트 리스트’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이 전경련과 대기업으로부터 약 6억원의 활동 자금을 지원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건과 관련해서도 추 총장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박 시장의 고소·고발 대리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20일 국정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민 전 단장 등 11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11일엔 국정원의 ‘정치인, 교수 제압활동’ 의혹과 관련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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