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고객님, ELS 판매과정 녹음합니다"…'녹취의무제' 내년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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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월부터 70세 이상이거나 안정형인 투자자가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할 땐 금융회사는 반드시 판매과정을 녹취해야 한다. 창구에서 판매되는 금융상품에 녹취 의무를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회사에 판매 전 과정 녹취 의무 부여 #녹취 안 하면 5000만원 과태료 부과 #투자자 보호 & 민원 시 증빙자료 확보

10일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ELS와 DLS(파생결합증권), 신탁과 펀드를 통한 파생결합증권 투자상품(ELT·ELF) 등을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 등 모든 금융회사가 해당된다.

녹취 대상은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증권에 가입하는 70세 이상 고객 또는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의 상품에 투자하는 부적합 투자자다. 금융회사는 연령과 투자성향 등 투자자 정보를 파악해서 녹취대상이면 이후에 상품설명 등 모든 판매과정을 녹취해야 한다. 판매과정을 녹취하지 않거나, 나중에 녹취된 파일을 투자자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태료 5000만원이 부과된다.

녹취 의무제는 구조가 복잡한 파생결합증권의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도입된다. 창구 직원으로부터 ‘이건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작다’, ‘예금과 비슷한 상품이다’라는 식의 잘못된 상품 안내를 받고 고령 투자자가 거액의 노후자금을 투자해 손실을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금도 금융회사는 투자자로부터 ‘설명한 내용을 이해했음’이란 내용을 서류에 직접 쓰고 서명하는 방식으로 확인받고 있다. 하지만 ELS처럼 복잡한 상품은 실제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는지를 서명만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2014년 1월~올 5월) ELS 판매와 관련해 제기된 분쟁조정 또는 민원 신청 696건 중 ‘설명의무 위반’과 ‘부당권유’라는 주장이 85%를 차지했다.

판매과정 녹취는 의무이기 때문에 투자자 본인이 녹취를 하기 싫다는 이유로 거부할 수는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ELS의 경우 최소 6개월이 지나 수익률이 확인된 뒤에야 민원이 발생한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고 민원 발생 시 증빙을 명확히 하려면 녹취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파생결합증권 가입에 적합한 공격형 투자자는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보고 녹취 의무를 따로 두지 않았다.

이미 4월부터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할 땐 70세 이상 고령층과 부적합 투자자에 대해 숙려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이들이 파생결합증권에 가입하면 2영업일간 취소할 수 있는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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