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공동기고문

호주와 한국: 공동의 가치, 공동의 이해, 공동의 행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

호주와 한국의 제3차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가 13일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의 한국 방문을 앞둔 지금 동북아시아 역내와 전 세계는 매우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월 3일 수소폭탄을 실험하고 여러 발의 미사일을 일본 상공 너머로 발사한 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 속 역내 상황 공유 #한·호 공동 목소리 내야 무게감 #원칙 입각한 국제질서 수호 의무 #북핵, 굳건한 국제사회 공조 중요

이러한 북한의 행동은 위협과 도발 그 자체의 문제를 넘어 불법적이다. 2006년 7월 15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695호를 필두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는 총 7건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 지위에 오른 2011년 12월 이후로 북한 정권의 불법적 행동은 그 규모와 속도 면에서 점점 더 심각해졌다.

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장관

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장관

이에 국제사회는 단결과 결의로 뭉쳤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1호와 2375호가 각각 8월 5일과 9월 11일 채택됐고, 이들 결의안은 북한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지금까지 통과된 그 어느 제재보다 더 포괄적이다. 북한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이를 다른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분명한 메시지인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이러한 위협 행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한편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협상 테이블로 북한 정권이 다시 나올 수 있도록 공조 중이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북한 정권은 아마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단결과 결의에 있어 느슨한 고리를 교묘히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강경하고 단결된 대응을 촉구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이들 상임이사국의 뒤를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바이다. 호주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는 북한에 대한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할 것이며 이미 독자적인 제재 방안으로 특정 북한 개인과 단체를 금융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향후 추가적인 정보가 나온다면 지속적으로 이러한 독자 제재 방안을 조정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북한과의 경제 관계가 상당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활용 가능한 수단을 이용해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지금의 엄중한 한반도 상황이 평화롭고 수용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고문 삽화

기고문 삽화

그러나 한반도 상황은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해양 주권을 비롯한 영유권 분쟁도 평화롭게, 그리고 국제법에 준거해 해결될 필요가 있는 문제다. 분쟁 대상이나 지역에서 자국의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일방적인 행동은 불법이자 도발이며, 따라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또한 극단주의적 이데올로기와 테러리즘의 확산도 저지하고 억제돼야 할 것이다.

원칙에 입각한 질서를 수호하고 강화하며 파괴적인 이데올로기가 역내에서 뿌리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그 예로 한·호 국방협력 강화를 들 수 있겠다. 호주군은 이미 한반도 안보 수호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같은 연합군사훈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이번 한·호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호주는 다양한 역내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군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호주와 대한민국 모두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양국 모두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 선진경제·혁신경제를 보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미국과 오랜 안보동맹 관계를, 다른 역내 강국들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역내에서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성취하고 뜻을 같이하는 나라, 법치를 수호하고 오랜 세월 우호와 협력의 역사를 지닌 나라, 바로 호주와 한국이다. 따라서 양국은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지지하고 역내, 그리고 전 세계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