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도 한국에 올까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사진 미 해군]

 지난 6일(현지시간)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난 미국의 핵 추진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CVN 71)의 행선지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미 해군 측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이 서태평양과 중동에 배치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서태평양은 7함대가, 중동은 5함대가 맡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행선지가 한반도 주변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중순 로널드 레이건 함(CVN 76)이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이 2척의 항모로 북한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척의 항모를 한반도 근처에서 볼 수 있을까? 예비역 해군 소장인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미국은 핵심 전략자산인 항모의 위치와 행선지에 대해 외부로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 행방에 대한 단서는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은 3함대 소속이다. 통상적으로 미 해군은 날짜변경선(IDLㆍ경도 180도)을 기준으로 왼쪽인 서태평양을 7함대의 책임구역(AOR)으로, 그 오른쪽인 동태평양을 3함대의 책임구역으로 각각 정했다. 7함대는 한ㆍ중ㆍ일 등 동북아시아~동남아시아~인도ㆍ파키스탄 일부 등 서아시아를 담당한다. 3함대는 1973년부터 사실상 훈련을 통해 미 해군 전력의 전투태세를 높이는 예비함대 역할을 맡았다. 미 해군은 작전상 필요에 따라 한 함대의 전력을 다른 함대로 빌려주는 일이 잦았다.

미 함대 책임구역. [자료 위키피디어]

그런데 7함대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도발과 함께 북한의 도발에 동시에 대응하기엔 벅찬 현실이 됐다. 그래서 7함대가 한반도 사태를 전념하기 위해 미 해군은 올해부터 3함대를 전진배치했다. 올 상반기 북한을 억제한 칼빈슨 함(CVN 70)이 대표적 사례다. 칼빈슨함은 7함대 소속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의 수리기간 동안 3함대의 지휘를 받으며 한반도 작전에 투입됐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도 마찬가지 경우다. 그러나 이번 운항만은 한반도보다는 중동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 중동은 5함대의 책임구역이다. 지난 7월 말 걸프만에 배치돈 뒤 지금까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작전을 수행 중인 니미츠함(CVN 68)을 교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형 전 부장은 “미 해군은 보통 항모를 석 달간 작전에 투입한 뒤 승조원에게 휴식을 준다”고 말했다.

시어도오 루스벨트 함은 제9 항모강습단(CSG)의 기함이다. 제9 항모강습단엔 이지스 순양함인 벙커힐함(CG 52)와 이지스 구축함 홀시함(DDG 97), 샘슨함(DDG 102), 프레블함(DDG 88) 등 호위함이 함께 한다. 또 7500명의 비행사ㆍ수병ㆍ해병대가 소속돼 있다. 벙커힐함은 기계적 고장 때문에 하루 늦은 7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를 떠나 하와이에서 본대와 합류할 예정이라고 미 해군이 밝혔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