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9월 14일 유로가입 국민투표 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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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지만 유럽의 변방으로 남느냐, 통일 유럽의 일원으로 운명을 같이 하느냐'.

다음달 14일 유로권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요즘 고민거리다. 지금까지 이어진 여론조사를 보면 스웨덴의 유로화 채택 전망은 부정적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웨덴 단스케 은행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3%가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고 43%만이 찬성했다. 나머지 4%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의 이번 국민투표는 유럽권 초미의 관심거리다. 지난해 초 정식 출범한 유로화에 대한 첫 평가인 데다 스웨덴과 함께 유럽연합(EU) 국가지만 아직 유로권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덴마크의 향후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EU 가입을 거부하는 노르웨이.아이슬란드와 내년 EU 가입을 앞둔 동유럽 10개국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국민이 유로화 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화 주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을 뿐 아니라 재정정책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 유로권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관장하고 있으며, 각국의 재정 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올 들어 독일.프랑스 등 유로권 경제 전체가 침체된 상황이라 스웨덴은 더욱 망설이고 있다. 대표적 자랑거리인 복지 혜택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유로권 경제가 0.8% 성장에 그친 데 비해 스웨덴은 2% 성장했고, 실업률도 5%로 유로권(9%)보다 건실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유로화를 도입해 봤자 다른 회원국들에게 줄 것만 있지, 막상 얻을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체 샌드빅의 전 최고경영자 페르 올로브 에릭슨은 "유로권 가입으로 ECB의 단일 금리정책 하에 들어간다는 것은 스웨덴 남쪽 지역과 북쪽 북극권 가정의 실내 온도를 똑같이 맞추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는 정치 생명을 걸고 유로화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페르손 총리로서는 유로화 가입을 지지하는 재계 쪽이 우군이다. 스웨덴 경제의 무역 및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교역량의 40%가 유로권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스웨덴 기업인들은 유로화 도입에 필사적이다.

스웨덴 정부는 유로권에 가입하면 ▶일자리 10만개가 창출되고▶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달 1백20달러를 절약하는 효과가 생기는 데다▶물가 하락 효과로 가구당 연간 3만크로나의 수입이 더 생기는 셈이 된다고 홍보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97년 보고서에서 유로권 경제는 유로화 효과에 힘입어 2003년 1.1%, 2010년에는 2.9%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로권이라는 3억 인구의 거대 단일시장이 형성돼 환리스크가 없어지면서 금융시장 통합이 촉진돼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웨덴 기업동맹의 상임고문 조니 먼케머는 "우리는 유럽의 끝자락에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유로화를 채택하면 무역량과 일자리가 늘어나고 유럽 내에서 스웨덴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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