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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 유학 맹훈련…진도개 '철마'의 인명구조견 도전기

중앙일보

입력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멍멍! "
저는 '철마'예요. 2015년 12월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수컷 진도개죠. 제 이름이 무슨 뜻이냐고요? 제 고향에는 철마산(鐵馬山)이라는 산이 있는데요, 여기서 따온 이름이래요. 아마도 우뚝 솟은 산처럼 훌륭한 진도개가 되라는 의미로 지어주신 것 같아요.

생후 5개월부터 광주 훈련소 생활하며 고군분투 #동반견 시험에 인명구조견 적합시험까지 무난히 통과 #이르면 올해 말 열리는 소방구조견 적합 시험 도전 #모든 시험 마치면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임무 수행

 진도개지만, 현재는 진도가 아닌 광주광역시에서 살고 있어요. 생후 다섯 달 만인 지난해 5월부터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본덕동 ‘광주애견훈련소’랍니다. 진도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떨어진 곳이예요.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진도에 사는 할머니ㆍ할아버지들의 자랑거리인 저는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려고 이곳에 왔어요. 진도군청에서 저를 위해 매달 50만원씩 보내주시죠. 제 생활비와 교육비로요. 사람으로 치면 꿈을 찾아 떠난 유학 생활이랄까요.

애견훈련소의 김종욱(45) 소장님이 저를 광주로 데려오신 분이에요. 김 소장님은 제가 유난히 사람을 잘 따랐던 데다가 먹이나 장난감에 대한 호기심이 적당했다고 하셨어요. 소장님은 2015년 ‘잉고’라는 셰퍼드와 세계인명구조견대회에 출전해 2위를 차지한 베테랑이에요.아시아 출신으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죠.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저도 잉고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훈련 중이랍니다. 제 일과는 보통 오전 7시부터 시작이예요. 우선 용변을 보고 1시간 동안 풀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볍게 몸을 풀어요.

본격적인 훈련은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해요. 김 소장님의 구령에 맞춰 복종 훈련, 장애물 훈련, 수색 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받죠. 오후에는 주로 휴식을 하지만 필요할 땐 틈틈이 또 훈련이 이어져요.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훈련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 체중 관리는 필수예요. 지나치게 말라서도, 뚱뚱해서도 안되죠. 제 몸무게는 현재 23㎏이에요. 같은 진도개 친구들에 비해 3~4㎏ 덜 나가죠. 기본적으로 하루에 한 끼만 먹는데요, 고단백질 식단이예요. 오리고기나 닭가슴살이 사료와 함께 나오거든요. 운동하는 사람과 비슷하죠?

지난해 말 제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크게 소개된 적 있어요.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인 ‘동반견(BH) 인증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죠. ”앉아!“ ”기다려!” “엎드려!” 등 지시를 완벽하게 따랐어요. 인명구조견이 되면 늘 마주하는 차량이나 자전거 등에도 민감하게 굴지 않았죠. 김 소장님을 따라 복종 훈련, 사회성 훈련을 잘 받은 결과였답니다.

대한민국 토종견 가운데 처음으로 BH 인증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사람들을 기쁘게 한 일이 있었어요. BH 인증시험 다음 단계로 어려운 ‘인명구조견 적합시험’도 통과했거든요. 이르면 올해 말 열리는 소방구조견(레벨 A) 적합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거죠.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토종 진도개 최초로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인 '철마'가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제인명구조견협회(IRO)가 진행하는 레벨 A 시험부터는 난도가 매우 높다고 들었어요. 국제심사위원들 앞에서 종합 전술과 수색 훈련 시범을 보여야 한다고 해요. 이 시험을 통과한 구조견은 중앙 119 구조본부와 민간을 합쳐 국내에 50마리가 채 되지 않아요. 당연히 모두 외래종인데 몸값은 상상을 초월해요. 고급 차 한 대 값이라나… 요즘 제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레벨 A는 물론 레벨 B까지 통과하게는 게 제 목표니까요. 이 시험까지 통과해야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인명구조견협회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거든요. 김 소장님은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늘 격려해 주시죠.

'대한민국 진도개 대표'로 외국에 가서 실력을 보여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요. 이후 경찰관이나 소방관 형·누나와 함께 각종 재난 현장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는 게 제 꿈이예요.
토종 진도개도 외래종 못지 않게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해요. 진도개의 우수성을 알릴 제 도전 응원해주실거죠?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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